"밀라노프로젝트 수행할 능력있나",대구시 국감

입력 2000-10-30 12:09:00

27일 국회 행정자치위의 대구시 국정감사는 문희갑 시장의 당적이 한나라당이어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가 예상됐으나 정반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자치센터, 기능직 공무원 감원문제 등을 거론하며 민심얻기에 바빴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히려 대구경제의 파탄상, 대구시 지방채 규모, 위천공단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며 공세를 폈다.

이 때문에 문 시장이 '당에 밉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문 시장은 대구경제가 난맥상을 보이고 지방채가 대구시 재정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발끈했다.

이병석 의원(한나라당 포항북)은 "대구경제가 꼴지논쟁에 휩쓸릴 정도로 어려운 처지"라고 전제 한 뒤 "위천산업단지의 국가공단 지정 표류에 따른 산업용지난 해결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용환 의원(한국신당)도 "패션산업은 컨벤션 센터가 필요하고 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해야 하는데 대구시가 밀라노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권태망 의원(한나라당)은 "대구의 최근 산업생산지수가 외환위기때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오는데도 시당국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답변에 나선 문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전국적으로 공단분양이 저조하나 대구의 성서공단 3차단지는 모두 분양됐다"며 "낙동강 수질개선 문제로 표류하고 있는 위천산업단지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문 시장은 밀라노 프로젝트와 관련 "초기 5년간은 기반시설과 정보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며 "이러한 효과는 10년후에나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병석 의원은 "우방 부도 등으로 반신불수 상태인 대구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치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문 시장은 "실업률 부도율 등 각종 대구 경제지표가 광역시중 중상위권에 있다"면서 "건설업의 비중이 11.8%에 불과해 우방이 부도났다고 대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고 공박했다. 이 의원도 지지않고 "의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그럴러면 뭐하러 국감을 받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대구시의 부채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하순봉(한나라당).송석찬의원(민주당) 등 여야 의원들은 "연간 예산의 1/4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할 정도로 대구시의 부채규모가 위험수위"라고 지적했다. 김용환 의원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좋으나 대구시 부채규모가 지나치므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도 "지난 98년 예산대비 40.9%이던 부채비율이 2년만에 50.5%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해 잘못하면 파산할 수 있다"며 "부채감소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송 의원은 "2001년 U대회를 반납한 대구시가 재정상태가 더 나빠졌는데도 2003년 U대회를 유치한 것은 시장 치적 과시용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문 시장은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도시들은 모두 자체 수입만으로 현상유지도 어렵다"면서 "대구시 부채의 대부분은 SOC건설비"라고 기채의 당위성을 되풀이 했다. 또 "2002년만 넘기면 투자수요가 줄어 시재정이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시재정이 어려워 기채를 하더라도 재정건전화 측면을 같은 비중으로 고려하라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하 의원도 인도의 한 중소도시 시장의 예화를 들며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후손들이 할 일을 남겨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문 시장은 "내가 시작한 것은 U대회 뿐이고 나머지 사업들은 전임 시장들이 시작한 것"이라며 "신규 사업은 억제하더라도 기존 사업은 하루빨리 완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시장은 송 의원이 잦은 해외 나들이를 지적하자 "지역 중소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해외판로를 개척못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최대한 자주 해외출장을 나가려 한다"고 특유의 소신을 전개했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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