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핵심고리'잠적 실체규명 어려움 예상

입력 2000-10-26 15:02:00

이른바 '동방로비'의 실행자로 지목되고 있는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의 해외도피로 정.관계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펼쳐졌던 로비의 전모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은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유 사장과 함께 정.관계 로비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부회장은 전혀 근거없다며 검찰에 진실을 밝혀달라고 제발로 걸어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사채놀이를 하면서도 자기명의의 통장 하나 만들지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스스로를 관리, 검찰 수사에 자신있게 응하고 있다.

따라서 동방로비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는 유조웅 사장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지만 유 사장은 자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고발이 있기 하루전인 지난 21일 유유히 국외로 도피했다.

이때문에 유 사장의 해외도피를 적극적으로 돕거나 방조한 '비호세력'이 있지않느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로비규명 열쇠는 유사장 명의 차명계좌 6억9천만원= 정현준 사장의 입을 통해 정.관계 인사에 대한 이경자 부회장의 각종 로비 의혹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확실한 증거는 평창정보통신의 주가조작을 위해 정 사장이 설립한 22억5천만원 규모의 펀드에 포함된 '김인숙'이라는 차명의 유 사장 증권계좌다.

이 증권계좌에는 6억9천200만원이 관리되고 있고 이 중 1억원이 장래찬 금감원국장의 돈이다.

동방금고 직원들이나 금감원 일각에서는 바로 이 증권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뿌려진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의 차명 증권계좌가 로비를 위한 것이라면 1인당 1천만~2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10여명 이상의 정.관계 유력인사의 자금이 관리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동방금고 임직원 전용펀드였고 투자손실금은 동방금고 자금으로 모두 메꿔줬다.

◇유 사장 도피로 로비실체 미궁 가능성= 그러나 사건이 언론보도로 표면화되기전인 지난 21일 유 사장은 자신에 대한 금감원의 고발 사실을 사전에 알고 해외로 달아나버려 금감원 장 국장외에 차명계좌에 돈을 넣은 인사들이 누구인지 밝혀지지않고 있다.

유 사장은 두툼한 서류가방을 챙겨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가방속에 차명계좌와 관련된 정.관계인사들의 인적사항과 투자금 내역, 각종 통장 등 경리서류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경자 부회장의 '수족'으로 알려진 유 사장의 해외도피로 검찰의 로비실체 파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유 사장 도피 비호세력 있나= 금고업계 주변에서는 유 사장이 고발되기 하루전 도피한 것을 두고 이를 도운 '비호세력'이 있지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검찰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동방.대신금고의 불법대출 조사를 지난 14일 시작하고도 지난 22일에야 유 사장과 함께 정현준 사장 및 대신금고 이수원 사장을 고발한 것은 조치가 너무 늦었지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불법대출 사실 포착과 동시에 고발과 출국금지 요청이 이뤄졌어야 하나 10일 가까운 시간이 흐름으로써 범행 가담자들에게 너무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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