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직장협 홈페이지에 '욕설' 쏟아져

입력 2000-10-26 14:22:00

'흑싸리 쭉데기들', '도둑 ×들'.

사이버 세계의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국회에서도 문제가 된 가운데 경북도의원들을 향해서도 이같은 원초적인 욕설이 쏟아져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의회 전체 차원에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25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주 의제로 다뤄졌다.

지난 18일 경북도 공무원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지방의원,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제목으로 '고발대'라는 가명의 인물이 올린 글은 메시지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의원들의 감정을 확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업무추진비를 올려달라고 난리를 친다. 참말로 한심한 ×들. 뒷구멍까지 알고 있다. 내가 한 번 불기만 하면 한 방에 날려간다. 몇명은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하라"

이와 관련 도의회 관계자들은 의회 속사정을 잘 아는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글에서는 "A지역 B의원, C지역 D의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목, 이권에 개입했다"는 등의 공격도 있었다.

때문에 임시회 개회일인 이날 운영위원회는 황선길 자치행정국장, 김장주 정보통신과장 등 도청의 관계 실무자들을 불러 추궁했다. "사이버 세계라는 점을 이용,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의회의 직무를 방해하기 위한 행위"(김창언 위원장)라며 "이런 저질 사이버 폭력을 묵과해서는 안되며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이원만 의원)는 격앙된 소리가 이어졌다. 법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런 글을 올린 컴퓨터는 찾을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발만 구르고 있다. 도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의 포화에 벌거벗은 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원들은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설명도, 해명도 해줄 수 있지만 이런 저질 욕설에 대해서는 사이버 세상의 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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