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잦은 일정변경 美일행 어리둥절

입력 2000-10-25 14:48:00

24일 밤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만찬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주재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백남순 외무상 등이 참석.

이날 만찬은 6시간이 넘는 공식 회담을 만찬, 공연 관람 등 더 많은 시간의 비공식 회동을 통해 친밀감을 쌓은 두 사람이 한층 인간적인 친근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만찬이 끝날 무렵 올브라이트 장관이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할 말씀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해 주십시오"라고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e메일 주소가 어떻게 되지요"라고 응수해 작은 웃음이 터졌다.

이에 앞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농구광인 김 위원장에게 미국 프로농구(NBA) 슈퍼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든 농구공을 선물.

과거 중국과도 핑퐁 외교로 교류의 물꼬를 텄던 미국이 다시 한번 '스포츠 외교'를 들고 나온 셈.

현직 미국 관리로는 최고위 인사로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 올브라이트 장관과 일행은 북한측이 갑자기 계획된 일정을 자주 바꾸는 바람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23일 오전 7시 직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10시30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예방을 시작으로 백남순 외무상 예방,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회담, 조 부위원장 회담 및 만찬 등이 예정돼 있었으나 북한측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됐다.

북한측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조 부위원장을 예방한 직후 이들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 3시부터 김-올브라이트 회담에 들어가자고 제의했으며 김 위원장 면담을 희망하고 있던 미국측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측은 그러나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는 회담을 시작한 후 두 사람이 잠시 쉬러 나왔던 오후 4시45분께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집단체조 관람을 통보받았으며 속개된 김-올브라이트 회담이 끝나고 곧바로 집단체조 공연장인 5월1일 경기장으로 향했다.

북한의 돌연한 일정 변경은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이틀째인 24일에도 계속됐다.미국측은 당초 이날 오전 김-올브라이트 회담이 속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갑자기 김 위원장과 백 외무상 예방이 되살아났으며 오후 1시가 되도록 김-올브라이트 회담은 개최 여부와 시간을 통보받지 못하는등 일정 문제만큼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처지.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에 동행한 60여명에 이르는 취재단을 맞은 북한은 이들의 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으며 '함부로 취재하지 말라'는 지침을 어기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강력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어느 방송사는 24일 평양 시내를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을 허락없이 카메라에 담았다가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취재라는 당초 입국 목적에 어긋난다는 북한측의 항의를 받고 녹화된 내용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에 대해 각별한 예우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 국무부도 김 위원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신문을 함부로 다루지 말도록 충고하는 등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올브라이트 장관의 공식 행사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한 취재가 봉쇄돼 기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북한측은 서둘러 평양 시내 관광등 일부 '임시 변통'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일부 기자는 송고에 매달리느라 평양 풍경을 귀동냥으로 전해 듣고있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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