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작품세계로 소설문학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40대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나란히 나왔다.
이승우씨의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문학동네)과 이순원씨의 '첫 사랑'(세계사),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상대씨의 연작소설 '떨림'(문학동네)은 욕망과 사랑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좌절된 욕망과 사랑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상처와 역사에 대해 탐사하는 소설.
형의 애인을 사랑하는 동생과 그 빗나간 사랑으로 뒤틀려버린 형의 인생,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다. 불구가 된 아들을 업고 사창가를 헤매다니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지배하는 한 남자, 어머니를 그저 바라만 보는 아버지, 형부의 성적 놀이개로 전락해버린 형의 애인 순미, 순미를 사랑하는 '나' 등 빗나간 사랑의 삼각구도가 가득하다. 작가는 이런 좌절된 사랑들로부터 식물성의 절대사랑이라는 상상력을 길어낸다.
반면 이순원씨의 '첫 사랑'은 순수한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성장소설. 최근 몇 년동안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연작소설을 500매 분량의 장편으로 정리해 펴냈다.
30년전 벽지 산촌학교를 같이 다닌 '나'와 '은봉' '자현' 등 네 사람을 중심인물로 신산한 삶의 여정과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추억 속에서 삶의 순수성과 인정을 찾아내는 한편 산업화시대 물신숭배로 인해 상실된 현대인의 순수 세계를 슬퍼한다.
성애의 고백담 형식을 빌려 쓴 8편의 연작을 묶은 '떨림'은 수위높은 성애담과 파격적 상상력으로 인해 문단에 화제를 모은 소설.
고백이라는 장치를 통해 작가가 펼쳐보이는 8편의 섹스 이야기는 천연덕스럽게도 작중화자와 작가 스스로를 겹쳐내는 서사 전략(물론 소설내용은 허구다)을 구사하고 있어 작가의 탐미적인 미의식을 읽게 한다.
주인공 '나'와 정사를 했던 여러 종류의 여자-두 자매와 늙은 창녀, 하숙생을 엿보는 여주인, 남의 남자를 몰래 사랑하는 여교사, 미친 거지여인 등-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그리움에 떨거나 고독과 슬픔으로 상처받은 인간들의 몸부림에서 사랑의 냄새를 맡아내고, 존재와 존재사이의 완전한 소통이라는 꿈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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