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평양에 도착, 역사적인 2박3일동안의 북한 방문에 들어갔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 7시쯤 전용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정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고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가 여장을 풀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 최고위 관리인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옛 주석궁) 으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평양 시내 유치원과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배급소 시찰, 백남순 외무상과의 면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문, 평양교예단 공연 관람등의 일정을 보낸 뒤 국방위원회 초대소에서 조 부위원장과 회담 후 공식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은 아직 시간인 확정되지 않았으나 24일 오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번 방북 기간에 미사일 문제등 양국간 핵심 쟁점 타결에 성공할 경우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내달중 평양을 방문,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 방문을 끝내고 25일 아침 서해 항로를 통해 곧바로 서울로 가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노벨상 수상 축하와 함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곧 이어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3국 공조 체제를 다질 계획이다.
올브라이트 방북 이모저모
0...올브라이트 장관은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오전 7시 직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영접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등 관계자들과 반갑게 악수한 뒤 화동이 건네 주는 꽃다발을 받았다.
검정색 모자에 짙은 파랑색 코트 차림의 올브라이트 장관은 전용기에서 내린 후 별다른 도착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채 김 부상의 안내를 받으며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함께 북한측이 제공한 캐딜락을 타고 미국 대표단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전용기에서 내려 순안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5분여동안 북한 기자 20여명이 몰려 취재에 열을 올렸다. 평양 시가지는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인 탓인 지 행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전차도 출근하는 승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안내원들은 영어가 매우 능숙했으며 출근시간이 대체로 몇시냐는 질문에 "직장마다 다르다"고 대답했다. 마침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젊은 군인들은 취재진이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하는 것을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 국무장관 전용기가 평양으로 날아가는 도중에도 일부 실무진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각종 연설 원고를 작성하고 일정을 챙기는 한편 북한측과 연락을 취하느라 꼬박 밤을 새웠다.
전용기의 기종은 보잉 757-200으로 4부분으로 나뉘어 제일 앞에 장관이 타고 그다음 칸은 탁자와 컴퓨터, 통신 장비 등을 갖춘 실무진용이며 셔먼 조정관을 비롯한 고위 참모들에 이어 기자들은 제일 끝부분에 배치, 장관실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참모진과 취재진용 좌석은 민간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정도이며 기내식은 수준급.
일부 기자들은 비행 도중 잠시 눈을 붙였으나 자료를 챙기거나 기사 작성을 위해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이 많아 기내는 어수선한 모습.
북미관계 급격한 정상화의 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평양에 도착, 양측 고위급 방문의 교차가 이뤄짐으로써 북미 관계는 본격적인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북한이 지난 9-12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돌연 워싱턴에 파견함으로써 초고위급 채널을 개설한 북미 양국은 이제 올브라이트 장관의 답방으로 확실한 관계 개선의 초석을 놓은 셈이다.
북한의 최고 실권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이 24일 회담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한다면 양국 관계 개선 속도가 급물살을 탈 것은 불문가지의 일.
그러나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번 평양 방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소득을 올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양국 관계의 '중대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이 김 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간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한 만큼 설령 큰 성과가 있다해도 발표는 클린턴 대통령의 몫으로 남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도 22일 평양으로 향하는 국무장관 전용기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여행에 따르는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은 김-클린턴 회담 준비 작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므로 특별한 합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내에서도 "임기가 얼마 안 남은 클린턴 대통령이 대북 관계 개선을 서두르다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등 분위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클린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악수나 하러 북한까지 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번에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미사일등에 관한 북한의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성사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을 방문하는 최고위 현직 관리인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과 김 위원장 면담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없지 않기 때문에 빈 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이 경우 가장 먼저 예상되는 작품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이다.
셔먼 조정관도 기내 브리핑에서 "1994년에 이미 합의된 일인 만큼 조속히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이번에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백남순 외무상과 만나는 게 제격이지만 그를 제끼고 조 부위원장과 회담한다는 것도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배려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조 부위원장과의 회동은 북한 군부의 지원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6년전과는 달리 양국 정부가 합의만 이룬다면 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별다른 걸림돌을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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