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않으면 역사에 죄악

입력 2000-10-23 00:00:00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3일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의 '현실정치 자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대해 "내가 식물인간이 아닌 이상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전화 인터뷰에 출연 "내가 식물인간이 아닌 이상 비판하지 않는다면 역사와 국민앞에 죄악"이라고 주장, 전날 이 부총재의 서한을 간접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대통령이 되기까지 47년이 걸렸다"면서 "옳고 그른 것을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재는 이에 앞서 22일 공개서한에서 "YS는 민주화 운동의 신화이자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정치를 재개, 대학에서 봉변을 당하는 등 많은 국민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재는 또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 임기를 끝으로 양김 시대의 마감을 기대한다"며 "원로로 남아야 할 이가 현실정치에 개입할 경우 우리 정치를 다시 대립과 갈등의 나락으로 추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민산재건을 정치재개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민산이 구성되지 않았더라면 민주주의는 없을 것이고 전두환 정권이 지금도 있을 것"이라며 민산재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색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지역감정을 만들었고 지금 중요 부서에는 경상도 출신이 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참여 유무와 관련 그는 "말하는 것을 참여로 볼 수 없다"며 "정당의 총재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해 "재임시절 감사원장, 국무총리, 대선후보를 시켜주었으나 나에게 탈당을 요구한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는 극한 표현을 써 비난했다. 그는 또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 며칠 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의 유력한 차기주자 가능성 발언과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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