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한계일까 속도조절일까

입력 2000-10-23 00:00:00

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북미관계는 급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다. 북측이 조명록 특사의 워싱턴 방문 후 남·북한간에 합의한 이산가족 추가교환과 경제실무접촉, 군사실무접촉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이처럼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단 북측 역량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가속도를 더하면서 북측이 현재 모든 외교역량을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에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문제가 윤곽을 잡을 경우 남북관계는 당분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11월 중순으로 확정될 경우 11월초의 이산가족 2차 교환방문과 경협실무접촉 등이 순연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또 북한의 행정능력 미비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측이 이산가족 추가교환을 위한 명단교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생사확인자 명단을 보내지 않는 것은 외교역량의 한계에다 미흡한 행정능력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북측에 대한 온정적 분석과 달리 북측의 속도조절이 모종의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남한으로부터 얻을 것은 다 얻었기 때문에 남측에 대해 이제 효용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복 전의원은 "북한은 애초부터 남한을 워싱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했던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도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우리측이 남북대화 정례화 등에 매달리면서 실익을 거두지 못한 채 쌀 지원과 비전향 장기수 북송 등 북측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북측이 이제는 남한의 요구를 다소 늦춘다하더라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북측이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남측의 대응 방식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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