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다니는 '텍사스'이번엔 대학촌으로

입력 2000-10-21 14:01:00

20일 밤11시쯤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대교 부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붉은색 실내조명이 흘러나오는 술집 앞에서 요란한 화장의 10대 아가씨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행인만 보면 노골적인 유혹의 손길을 던졌다. 올해 경대교에서 대현육교사이 도로 양편에, 이른바 '영계골목'이 새로 들어섰다. 경북대와 가까운 이 영계골목에서는 밤마다 10대 접대부들의 속칭 '홀딱쇼'와 갖은 퇴폐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종업원 이모(15)양은 "단속이 심한 남구와 동구, 서구를 피해 최근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이 동네 최모(42)씨는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 하기가 겁난다"면서 "신암초교, 대구공고, 경북대 등 학교가 밀집한 이 곳에 퇴폐업소가 부쩍 판을 쳐 주변환경이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이 환락업소들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지난 97년말 대구시 남구 대명동 양지로의 속칭 '영계골목'이 구청의 철퇴를 맞으면서 대구시내 곳곳을 전전하다 최근에는 대학가 주변에 집중적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가 주변은 교육적 분위기가 크게 흐려지고 있으며, 주민들 역시 주거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불만이 높다.

경북대 인근에 들어서고 있는 퇴폐술집들은 양지로에서 쫓겨나 동구 효목동 속칭 13번도로, 서구 중리동 속칭 공병대네거리, 서구 내당4동 당산로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던 업소중의 일부이다. 이들 업소들은 서구청과 동구청이 공공근로요원까지 동원한 집중 단속을 피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가 올 봄부터 하나 둘 대현동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일대에는 이른바 러브호텔들도 생겨나기 시작, 경북대 주변이 '신흥 유흥가'로 바뀌고 있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주변도 최근 2, 3년사이 신흥유흥가로 바뀌었다.

계명대 동문주변에는 밤 9시만 되면 차량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도로양편에 주차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취객과 호객꾼들이 뒤엉켜 잦은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유흥주점 종업원 김모(24)씨는 "돈많은 대학생 단골까지 생겼다"면서 "시내 고급 룸살롱에 버금갈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이모(38·여)씨는 "대학교와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 밤마다 불야성을 이뤄 아이들 교육에 지장이 많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구청이나 경찰에 연락해도 업소 문이 닫혀있다면서 단속을 제대로 벌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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