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들어 교육계에는 전에 없던 엄청난 변화가 밀어닥쳤다. 교원정년 단축, 새 입시제도, 특기.적성교육, 수행평가 등 일련의 교육개혁이 잇따라 발표, 추진된 것.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교육개혁 정책들은 그 이념과 목적의 타당성에도 불구, 현장의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짜여진 것이어서 중.소도시나 농.어촌 학교들의 교육여건을 더욱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이 높다.
특기.적성교육의 경우 대도시에서는 교과관련 과목 외에 수영, 볼링, 골프, 댄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으나 농촌지역에서는 교육시설이나 강사를 못 구해 애를 먹고 있다. 안동의 한 교사는 "강사 구하기가 쉽지 않고 정부지원도 적어 교사들이 교과관련 과목으로 특기.적성교육을 하는 게 보통"이라며 "정규 수업도 제대로 안 되는 농촌 현실에 특기.적성을 살린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이냐"라고 말했다.
보충수업 폐지에 따른 부담도 도시보다 훨씬 크다. 영천의 한 학부모는 "대구에서는 학원이 많아 학생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지만 학원이 아예 없는 농촌에서는 자녀들의 공부를 보충해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읍소재지 정도는 돼야 한두개 학원이 있지만 이 역시 도시와는 수준차가 있어 통학버스를 태워가며 보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또 다른 학부모는 "여름방학 때 대구에 있는 친척집에서 학원에 다니게 했는데 힘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겨울방학 때는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교육정책이 교육 탈농을 부추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악화일로에 있는 농촌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교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보이는 움직임은 시.군 단위로 교육발전위원회 같은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어 장학금을 주면서 학생들을 붙잡는 정도. '우리 고장 학교보내기 운동' '공무원자녀 지역학교 보내기 운동' 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남의 집 아이들은 지역 내 학교에 보내도록 유인책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막상 자기 집 아이는 외지로 내보내려 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라는 것. 이는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과 교사들도 예외가 그리 많지 않다.
전교조 경북지부 배용환 사무처장은 "교육 탈농의 원인을 생업과 관련된 도시로의 유출이라는데만 맞추고 대응하는 교육당국의 정책적 오류는 소규모 학교 교육현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배 처장은 현재 전교조가 전국 차원으로 준비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통해 입법운동을 추진중인 농어촌 교육 특별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안 내용 중 강조된 부분은 농어촌 학교 폐지요건의 강화, 학생수나 인구수 등을 기준으로 한 예산지원의 차등 개선, 고가의 설비나 교육장비를 교육청이나 지역 중심학교에 설치해 공동사용, 특기적성교육 운영비와 학부모부담 교육비 지원강화 등.
물론 법안 하나로 농촌학교의 위기상황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이 우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현장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농촌 소규모 학교 육성에 필요한 정책수립도 이런 전제가 없다면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에 그치고말 뿐이다.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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