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協 중앙회장 내달 보선, '임기 석달짜리' 각축전

입력 2000-10-21 00:00:00

박상희 전회장이 중도하차한 이후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보궐선거'문제로 홍역을 앓고있다.

중기협측은 박 전회장이 사퇴한 지난달 28일 전준식 부회장을 대행으로 추대했지만 '대행체제는 60일을 넘지못한다'는 중앙회 규정때문에 11월28일까지 보선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중앙회는 이사회를 열어 보궐선거를 11월 하순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박전회장의 잔여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말, 다시 차기회장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전회장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사퇴하는 바람에 3개월 사이에 선거를 두번이나 치르게 된 것이다.

중앙회측이나 출마희망자들 모두 이같은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중앙회장 선거는 매번 결선투표까지 가는 격전이었다. 중기협중앙회장은 230만 중소기업의 대표로서 부총리급 예우를 받고 정치적으로도 각광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들을 이끌고 총선직전 민주당에 입당, 전국구국회의원이 된 전임 박상희 회장을 비롯, 박상규(민주당), 황승민(민주당) 전회장 등 중기협중앙회장은 정계진출의 교두보로까지 여겨지고있다. 중앙회장은 184명의 전국조합 이사장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현재까지 중앙회장 선거출마의사를 직, 간접적으로 밝힌 인사는 서병문 주물조합이사장과 김영수 전자조합이사장, 이국로 플라스틱조합이사장, 유재필 레미콘연합회장 등 4명. 이 가운데 유력후보인 서 이사장과 김 이사장 등 두사람이 경북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국로 이사장은 충북, 유 연합회장은 호남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대결양상도 빚어지고있다.

4파전 양상이지만 박 전회장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선거양상은 다소 미묘하다. 서 이사장은 그동안 박 전회장의 지원을 받으면서 차기선거를 준비해와 다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박전회장이 경영하던 미주실업이 퇴출위기에까지 몰리며 여론이 나빠지자 박 전회장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막강한 전자조합을 배경으로 2~3년전부터 선거를 준비해 온 김 이사장의 세도 만만치않다는 분석이다.

중앙회 주변에서는 경북출신인 두사람이 단일화한다면 승부는 쉽게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합종연횡 가능성은 상존하고있다.

중앙회측은 3개월동안 두번 선거를 치르는데 대한 과열을 우려, '이번 보선은 차기선거에 뜻이 없는 전준식대행을 추대하고 내년2월에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을 내놓고 물밑에서 조율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출마인사들간의 입장이 다르다. 서병문, 이국로 이사장 등은 보선에서의 충돌은 피하자는 입장이지만 김영수 이사장은 규정대로 할 것을 주장하고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