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3차 TV토론

입력 2000-10-19 15:05:00

18일(한국시간)로써 미국 대선 TV토론회가 3차까지 모두 끝났다. 이날의 토론회 승자로 일단 꼽히고 있는 후보는 고어. 총 세번의 토론회는 그래서 고어와 부시가 1승1무1패씩을 주고 받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쟁점=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교외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차별성 드러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첫 질문이 나온 의료 분야에서 교육.세금.외교.군사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치열한 논전을 벌인 것.

고어는 중산층을 중시하는 자신의 정책은 "1%밖에 안되는 부유층을 배려하는 부시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몰아 붙였다. 그러나 부시는 "차이는 있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그것을 이룩할 수 있다는 바로 그것"이라고 응수했다.

중동사태에 관한 무소속 유권자 질문에 부시는 클린턴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나는 분명한 비전이 있고 사람들이 믿고 따르도록 하는 지도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고어는 "우리 팀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부각시켰다.

◇분위기=이날 토론회는 고어가 90분 내내 싸움을 걸고 부시는 요령껏 빠져 나가는 식으로 전개됐다. 고어가 경험과 지식을 잔뜩 늘어 놓으며 공세로 나가면 부시는 날카로운 유머와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두 후보 모두 마지막 토론회임을 의식한 듯 상대방 발언 도중 '잠깐만'을 연발하며 반박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두 후보가 연단에 서서 발언했던 1차, 탁자에 앉았던 2차 토론회 등과는 달리, 이날 토론회는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 위 의자에 두 후보와 사회자가 앉고 그 앞의 반원형 계단식 청중석에 추첨으로 선발된 유권자 100여명이 둘러 앉아 후보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공청회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 레러가 호명하면 해당 질문서를 제출한 참석자가 일어나 후보들에게 직접 질문하고 즉석에서 답변을 들었으나, 두 후보에게만 상대방 후보의 발언에 반박할 기회가 주어졌고 청중에게는 보충 질문이 허용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신청에는 의료.교육.세금.외교.군사 등의 순으로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는 인신공격을 애써 삼가는 등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 후 반응=이날 토론에서는 고어가 부시 보다 약간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CNN-갤럽이 토론 직후 등록 유권자 52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6%가 "고어가 잘했다"고 답했으며 "부시가 잘했다"는 응답자는 44%였다. 그러나 이 조사의 오차범위가 ±5%p여서 무승부로 판정됐다.

또 CNN 조사에서는 46% 대 44%로 고어가 앞섰고, CBS는 45% 대 40%로 조사됐다. ABC 조사에서는 꼭같이 41%씩이었다.

1차 토론에선 고어가 7%p, 2차 토론에선 부시가 13%p 앞섰기 때문에, 이로써 굳이 종합 전적을 따진다면 1승1패1무를 기록한 셈. 그러나 항목별로는, 호감도는 부시 60% 대 고어 31%, 정책 지지도는 부시 51% 대 고어 45%, 신뢰성은 부시 52% 대 고어 41%, 친밀감은 고어 45% 대 부시 47%로 나타났다. 때문에 종합적인 반응은 하루를 더 지내 봐야 더 정확해질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전망=3차례 토론이 무승부로 결판남에 따라 토론 탄력 효과는 큰 영향을 주는데 실패, 앞으로는 플로리다.미시간 등 경합주에 대한 선거운동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고어는 그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25명)에서 흑인 및 중남미계 지지를 높이기 위해 100여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투입하는 등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편이었으나 근래에는 상당수가 부시쪽으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측은 18일부터 6일간 '부시 여성군단' 가동에 들어갔다. 부인 로라, 어머니 바버라 부시, 매케인 상원의원 부인 신디, 체니 부통령후보 부인 린, 부시의 외교정책참모 라이스 등이 동참, 버스로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지로 세몰이에 나선 것. 여성 지지에서 부시는 고어에게 10%p 내외로 밀리고 있다. 부시는 남성지지율이 높다.

부시는 또 오는 22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공화당 출신 주지사 30명 중 29명을 회집, 24개주 선거운동팀 발대식을 갖는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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