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나치 망령 부활

입력 2000-10-17 14:35:00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느는 등 극우주의 열풍이 유럽 전역으로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나치의 인종 차별정책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물론, 사회주의 몰락 후 경제 상태가 좋지 않은 러시아 등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독일 극우파 범죄 연간 1만여건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인 극우파는 7만여명. 1997년 4만8천명에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9천여건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통일 이후 10년 동안 극우파의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은 93명에 달한다.독일연방 내무부에 따르면 외국인과 유대인에 대한 극우세력의 범죄 행위가 최근 몇개월간 더 늘었다. 올 8월까지의 극우세력 전체 범죄 건수는 5천78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대외국인 범죄는 14%, 대유대인 범죄는 6% 증가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발생 범죄가 무려 1천112건으로 폭증세를 보여, 올들어 7월까지 월 평균 668건의 두배에 달했다. 8월 범죄 중 대외국인 범죄(403건)도 올 월평균(210건)의 2배에 이르렀고, 대유대인 범죄(121건) 역시 월평균(68건)의 2배에 가까왔다.

◇독일의 주요 테러집단

통일 직후의 극우파 테러는 동독 지역에 집중됐었다. 높은 실업률에 실망한 동독 청년들이 외국인을 증오함으로써 불만을 해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제 극우파 폭력행위는 독일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 3일과 5일엔 유대교 회당이 극우파 공격을 받아 독일 거주 유대인 10만명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신나치 단체인 '피와 명예 사단'을 불법화했으며,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NPD(국가민주당)의 불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피와 명예 사단'의 회원은 약 240명. 스킨헤드족을 유행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직이기도 하다. 스킨헤드 콘서트를 개최해 왔으며, 나치 인종정책과 히틀러 등에 관한 기사를 다루는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

1996년에 창설된 'NPD'의 당원은 무려 6천여명. 이들은 지난해 외국인 폭력 9천여건을 배후에서 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7일엔 베를린에서 좌파 4천~5천명이 NPD 규탄 가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극우파의 특성

전문가들은 세계화 등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불안감과 피해의식에서 이 현상이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극우파들이 거기서 오는 상실감.좌절감을 사회적 약자인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표출하고 있다는 것.

극우파들은 순전하고 건전한 독일 민족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색인뿐만 아니라 좌파.동성애자.진보파.노숙자.미혼모 등을 공격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극우 단체들을 불법화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불법화하면 적발과 단속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유.

◇그밖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 2월 나치주의자인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이 집권에 성공, 신나치주의 망령이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스위스에서는 최근 극우파들이 살상무기와 폭약을 갖추는 등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다. 극우단체들이 연락과 지지세력 확충 수단으로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 경찰은 극우파로 의심되는 단체의 웹사이트 13곳을 감시하거나 폐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신나치 단체는 40여개에 이른다. 그 중 5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러시아 민족연합'은 나치 군복과 완장 차림으로 시내를 돌아 다니며 외국인에게 테러를 가하며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을 당수로 추대했다. 르펜은 2002년 대선 공약으로 외국인 추방을 내걸었다.

1998년 총선에서 7.5%를 득표한 덴마크 극우 '인민당'의 지지율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18%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 벨기에에서는 지난 8일 실시된 지방의원 선거에서 극우파인 '플라밍 연합'이 대승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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