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獨 DJ 추천 막후 결정적 기여

입력 2000-10-14 14:01:00

"15년간의 기다림이 이제야 결실을 보았습니다"독일정부가 지난 85년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도록 막후에서 힘 쓴 천주교 여수 서교동교회 장용주(54.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주임신부는 누구보다도 이번 수상을 크게 기뻐했다.

그는 당시 독일 퀸즈쌍트안나 성당 신부로 시무하면서 한화갑(현 국회의원.민주당 최고위원)씨와 함께 빌리 브란트 수상을 만나 김대통령을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던 때를 상기하면서 감격해했다.

그는 김대중씨의 비서로 있던 한 의원으로부터 "독일이 김대중씨를 노벨상 후보자로 추천토록 힘써 줄 것"을 부탁받고 독일 기자와 친지, 신도 등의 도움을 받아 브란트 수상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었다.

브란트 수상은 당시 장 신부와 한 의원에게 "나는 김대중씨를 가장 존경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를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부끄럽다. 후보 추천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장 신부는 이후 브란트 수상의 비서실장이던 볼프강 베게(현 독일 사민당 국제부 부부장) 박사의 소개로 마세우스 마이어 박사 등 독일 의회 유력 의원들과 접촉, 이들의 지지를 얻어 독일 의회에서 김 대통령을 후보자로 추천하자는 안을 가결시키는데 공헌했다.

장 신부는 "내가 반체제 인사로 중앙정보부와 주독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신부가 아니었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한 의원과 내가 애쓰고 있을 때 누군가 김 대통령을 사칭해 브란트 수상에게 좋지 않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으며 후보자 추천이 결정되자 당시 주독 한국대사관에서는 독일 정부 관계자에게 '못된 ×을 후보로 올릴 수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후보자로 결정된 사실을 통보받고 국내에 있던 한 의원에게 '내 학위논문이 통과됐습니다'라고 평소 정해 뒀던 암호로 전화했으나 한 의원이 흥분하면서'고맙습니다'라고 답하는 바람에 당시 도청하던 정보기관에서 이를 알아 차린 일도있다"고 회고했다.

장 신부는 "그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남북화해를 이끌어낸 김 대통령이야말로 노벨 평화상을 받아 마땅한 분"이라며 "오늘은 그 분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영광된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게씨는 한 의원의 주선으로 부인과 함께 지난 5월 초 10여일간의 일정으로 방한, 김 대통령을 예방하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독일 정당제도 설명회'를 가진 뒤 장 신부의 안내로 전국 명승지와 유적지 등을 답사했다.

베게씨의 방한은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 부부를 꼭 한국에 초청하겠다"는 한 의원의 당시 약속에 따른 것이었다.

방한한 베게씨는 "15년 전 지나가는 말로 여겼던 초청이 실현된데 대해 우리 부부는 감격했다"고 말했으며 한 의원은 "한국사람은 한번 약속하면 지킨다"는 말로 베게씨에 뒤늦게나마 감사의 정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