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리뷰-으랏차차 스모부

입력 2000-10-14 14:20:00

'쉘 위 스모?''으랏차차 스모부'는 다다미방의 일본 화로 고다츠처럼 은근한 화기를 뿜어내 가슴 따뜻해지게 하는 영화다.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그 출연진을 그대로 옮겨 만들었다.

해학적인 한국제목을 달았지만 원제는 '시코훈잣타'. 경기 전에 두 다리를 번갈아 스모판에 내리 치는 동작이다.

일종의 '공포의 외인 스모단'쯤 될까? 어중이떠중이들이 어쩔 수 없이 스모부에 들어와 차츰 악에 받쳐(?) 스모판을 평정한다는 줄거리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적대적인 오심(惡心)으로 가득 찼다면 이 영화는 일본영화 특유의 선심(善心)이 다정다감하다.

대학 졸업반인 '뺀질이' 야마모토(모토키 마사히로)는 유급위기를 맞는다. 한때 스모왕이었던 아나야마(에모토 아키라) 교수는 해체직전의 스모부에 입단하면 졸업논문을 통과시켜주겠다고 한다.

큰 경기에만 가면 설사로 고생하던 아오키(다케나카 나오토)와 야마모토는 스모부원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레슬링부에서 쫓겨난 야마모토의 동생 하루오, 소심한 뚱보 다나카, 영국서 유학온 스마일리를 입단시켜 경기에 참여한다.

'으랏차차 스모부'는 우리가 보기에 미욱하기 짝이 없는 스모에 대한 느낌을 바꿔주는 영화다. 엄청난 살덩이를 출렁이며 금 그어놓고 밀어내기에 불과한 스모, 과연 거기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고, 기교가 있고, 전통이 있을까.

마사유키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면서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표현으로 시작한다. "예배당 벽화에서 튀어나온 분홍빛 거인들이…균형의 기적을…" 상대의 기를 죽이는 시코훈잣타 같은 오프닝이다. 스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의 '인간 승리'로 일본 전통에 대한 미련과 사랑을 묻어낸다.

만화 같은 이야기에 유머 가득한 에피소드가 가득하지만, 굵은 줄기는 역시 일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소중함이다. 스모를 하고 싶지만 여자란 이유로 못하는 거구의 소녀 마사코가 '마사오'란 이름으로 스모에 출전하는 것이나,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 '설사왕' 아오키의 첫 승, '왕따'인 뚱보 다나카가 자신있는 자아를 찾는 것은 코믹하지만 한편으로 고결한 이야기다.

약간은 과장되고, 그래서 가벼워 보이기도 하지만 웃음 속에 삶의 아름다움을 챙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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