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들의 '겨울'광고시장에서 뚜렷

입력 2000-10-14 14:26:00

올해초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승장구하던 닷컴기업들이 혹한(酷寒)의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나스닥 지수는 3천700~4천200선을 오르내리며 나름대로 상승세를 탔으나 9월 3천550선으로 내려선 뒤 10월 들어 열흘만에 또다시 200포인트 가량 폭락한 것이다.

대표적 첨단기업 인텔은 9월 중순 실적 악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단 하루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고 애플 오라클 델컴퓨터 등 핵심 기술주들 역시 실적 악화 우려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의 분석은 더욱 암울하다.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400여 인터넷 기업중 75%가 향후 5년이내에 단 한 푼의 이익도 내지 못하고 퇴출 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인터넷 기업들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장미빛이다. 하지만 올 겨울에 닥친 추위가 쉽사리 가실 것 같지는 않다.

처량해진 닷컴기업의 사정은 광고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주관방송사인 NBC에 광고한 업체는 코카콜라, 제록스 등 전통산업(소위 굴뚝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같은 닷컴 약세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름씩 계속되는 올림픽의 성격상 닷컴 기업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광고참여가 저조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고시장에서 닷컴 기업의 약세는 '자금난' 탓이라는 사실이 내년 1월 제35회 슈퍼볼 광고시장에서 여지없이 증명되고 말았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은 전세계적으로 1억3천500여만명이 시청할 뿐만 아니라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게임성격상 순간적 집중력이 엄청나다. 광고업계, 특히 닷컴 기업으로서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다. 올해 제34회 슈퍼볼 경기 때 전체 36개 광고주중 닷컴 기업이 18개나 차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제35회 슈퍼볼 경기 때는 몬스터닷컴, e트레이드 등 기껏해야 3, 4개의 닷컴 기업 광고 밖에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패키지 판매의 경우-CBS는 경기 전·후 광고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한 번에 최소 300만달러(약 34억여원)나 되는 광고비를 감당할 닷컴 기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인터넷 기술에 대한 과잉기대와 환상이 빚어낸 '거품'이 꺼진 지금 닷컴 기업들은 착실한 수익모델을 찾아 알뜰경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이 '겨울'을 살아서 넘긴 닷컴들만이 '21세기 IT산업'의 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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