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로 드러난 포철에 대한 권력주변 인사들의 납품로비 시도는 '권력주변에서는 아직도 압력으로 이권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의 청탁이 먹혀 들어갈 소지도 충분히 있다'는 점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포철의 한 직원은 "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포철을 상대로 장사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거의 대부분 배경(속칭 '백')을 달고 들어 오는 게 관례였다. 앞뒤없이 제품 및 가격경쟁력만 갖고 덤볐다가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포철을 상대로 한 각종 업무는 권력종속성이 강했고, 대선이나 총선을 치르고 나면 협력·하청·납품업자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서 이해되는게 보통이었다. 즉 정치권력과 공기업 관련 이권은 한 묶음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포철 직원의 증언. "심지어는 발주하는 우리(포철)가 을(乙)의 입장에 서고, 납품권이나 공사권을 따러 들어온 중소 업자들이 갑(甲)의 입장에 서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경우 포철이 마치 레슬링 경기의 '파테르'를 당하는 주종(主從)이 뒤바뀐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는 이미 권력층에 줄을 댄 업자측이 사전에 모든 각본을 짜두고 포철은 이 각본에 따라 업무를 집행, 업무담당자들에게 주어진 재량권이 거의 없었음을 뜻하는 것. "총체적인 가격은 이미 사전에 결정돼 있어 담당자는 계약금액 숫자의 제일 끝단위를 '0원'으로 할 것인지 '5원'으로 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됐다"고 까지 말하는 직원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철이 발주하는 물량의 낙찰자가 결정되고 나면 포철 주변에서는 낙찰자를 두고 "그 사람은 ○○씨 줄, 그 회사는 △△씨 계열"이라는 말이 으레 나돌았다.
한때는 '복마전'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포철에 대한 정치권의 이권챙기기가 그나마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무렵. 99년 한해동안 포철이 체결한 각종 계약중 금액기준으로 74%에 달하던 수의계약이 올들어 지난 8월까지는 46%로 줄었다.
건수 역시 지난해에는 수의계약이 64%에 달했으나 올해는 36%로 대폭 감소, 포철계약에도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약과정의 경쟁체제 도입은 투명성 제고라는 결과로 이어지지만 권력층과 유력인사에 기생하는 일부 계층에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 현 포철 경영진에 대한 조기경질설 등이 나도는 것도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일부 정치권의 그릇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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