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교 가볼만 한 곳

입력 2000-10-13 14:18:00

가을산행은 언제나 넉넉함을 준다.떠나는 길에서부터 들녘의 풍성함과 마주치는 여유로움, 어리숙하게 완만한 산들이 보여주는 푸근함은 가을이 아니면 만나기가 쉽지 않은 풍경들이다.

여름산행이 헉헉거리며 땀을 몇사발이나 쏟고 오른 끝에 정상에서 맛보는 통쾌함이 제 멋이라면 가을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집가는 처녀마냥 콩닥콩닥거리는 달뜬 마음으로 단풍든 산들에 취하는 즐거움이 있다.

집 밖에만 나서도 이미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단풍이 가득한 주변 산들을 찾아가보자.

▲가야산(경북 성주군 수륜면)=성주읍에서 27㎞ 떨어진 가야산은 주봉(칠불봉)이 1천433m일 정도로 만만치가 않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수륜면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가야산 순환도로에 들어서면 수려한 바위와 계곡이 잇따른다.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를 끼고 등산로가 있다. 대부분 등산객들은 백운동~백운동대피소~서성재~칠불봉(정상)~상왕봉의 코스를 택한다. 또 용기골을 따라 웅장한 가야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칠불봉에 오를 수도 있는데 맑은 계곡과 노각나무, 조릿대가 가득한 숲은 한 번쯤 들어가 푹 쉬고 싶은 충동을 준다. 산 속에 들어앉은 해인사에 들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에서는 서부정류장과 북부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며, 자가운전자는 성서나 화원 IC에서 88고속도로를 통해 해인사 IC로 빠지면 된다.

▲운문산(경북 청도군 운문면)=사실 운문산은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인근의 가지산~재약산~신불산~취서산~고헌산~문복산을 묶어 언급하는 것이 옳다. 백두대간이 본뿌리를 지리산쪽으로 휘돌리느라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또 다른 뿌리가 갈라져 낙동정맥을 이루는 데 모두가 1천m가 넘는 고산군이다. 영남 알프스의 백미는 단풍보다 억새지만 입김만 불어도 툭툭 꺾여 내릴 것 같은 억새숲에서 바라보는 단풍도 감히 말로 하기가 쉽지 않다. 운문사에서 천문지골~운문산~아랫재~가지산~쌀바위~석남사골~석남사에 이르는 길이 대표적인 단풍 감상 코스. 우거진 숲에 이어 운문산 정상의 황량함, 40m에 이르는 쌀바위의 거대함 등 자연이 만든 다양한 풍물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운문산~가지산으로 이르는 산행은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길이어서 부담이 있다. 대구 남부정류장에서 운문사행 버스가 있으며, 자가운전자는 경산 IC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운문사로 가든지, 경부고속도로 남양산 IC에서 원동으로 빠지면 가지산 아래의 석남사까지 갈 수 있다.

▲제비봉(충북 단양군 단성면)=대구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단풍산행을 핑계삼아 단양팔경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듯. 제비봉은 단양팔경중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남서쪽으로 보이는 바위산이다.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보면 부챗살같은 바위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편 듯 해 이름지어진 제비봉은 설마동 계곡을 끼고 있어 수려함을 더한다. 장희리 학선어골에서 샘터~주능선~정상~545봉~장희교에 이르는 산행길은 3시간 남짓 걸린다. 대구에서는 중앙고속도로 끝인 풍기 IC에서 내려 죽령재를 넘어서면 바로 단양에 이른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