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건설사 퇴출 칼은 뺐는데...

입력 2000-10-13 14:21:00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정부의 퇴출작업이 제도적 맹점, 인력 부족 등으로 부실화할 우려가 높다.

건설교통부는 12일 서류심사를 통해 자격기준에 미달한 대구.경북 1천400여개사를 포함, 전국 8천500여개 업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 현장 실사, 청문절차 등을 거쳐 영업정지 처분 등 퇴출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출 대상에 오른 업체들이 앞으로 한 달여 뒤에 있을 청문절차 이전까지 자본금 미달, 경력임원 및 기술자 미보유 등 미달한 등록 기준을 보완할 경우 당국의 행정제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실제 업계 일부에서는 등록기준에 부족한 자본금과 인력을 임시 조달해 '급한 불'만 끄면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부족한 자본금은 며칠만 쓰는 조건으로 사채시장 등에서 급전을 동원하는 등 편법을 이용하면 등록기준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건교부는 업체들의 편법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요주의 업체'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대책을 지자체에 요청했으나, 인력 부족으로 지자체에서 이같은 업무를 전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면밀한 현장 실사도 여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의 경우 해당 업체가 일반건설업 53개사, 전문건설업 598개사에 이르나 일반건설업체를 담당할 대구시나 전문건설업체를 맡을 각 구.군청 담당자는 각 1명에 불과, 서류와 실제 상황을 대조하는 현장실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경기불황과 퇴출 대상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사실적 등 일부 등록기준을 미달한 업체들에 대해선 퇴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돼 당초 계획한 퇴출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밝힌 부실기업 규모대로 퇴출 작업을 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실제 퇴출 대상은 상당 폭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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