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 -대통령조카라고 조사안하나

대통령 동생의 비서, 현직장관의 조카사위, 국회의원보좌관출신 등이 포철을 상대로 벌였다는 로비사건은 한빛은행 불법대출외압의혹 사건과 맞물리면서 또한번 국민들에게 충격과 함께 깊은 배신감을 안겼다. 우리사회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현정권은 바로 그 권력실세들의 측근들이 벌인 반개혁적 로비행각을 국민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건가. 이래놓고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고통을 감내하는 국민들에게 개혁에 동참하라고 채근질할 면목이 있는지 실로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은 범죄주체자들의 면면으로봐 개혁의 허구성을 여실히 노출시킨 한 단면이라 규정짓지 않을수 없다. 대통령의 동생을 보좌한 비서이고 남북통일의 초석을 닦고 있는 장관의 조카사위라면 그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개혁주체의 측근들이다. 그 측근들이 모범은 커녕 권력을 호가호위(虎假虎威)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인건 어떤 의미에선 권력핵심층의 부도덕성 내지 난맥상의 일단이 드러난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의 임기후반기 레임덕 현상이 의외로 빨리 올수도 있다는 섣부른 진단도 가능한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런 유사한 사건이 비단 이 한케이스밖에 없겠느냐는 추정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종합적인 관점에서 권력측근들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검찰의 잘못도 많다. 대통령의 조카가 로비석상에 갔다면 당연히 조사해야하고 혐의가 있으면 가차없이 조처해야 되는건 상식이다. 왜 조사조차 않는가. 비서의 권유에 못이겨 단순히 따라갔을뿐이라는 얘기가 도대체 무슨뜻인지 알수가 없다. 또 이런 사건이 있었으면 의당 발표를 해야지, 왜 굳이 숨겼는지도 미심쩍다. 검찰수사대로라면 실패한 로비였고 단순한 사기사건이 아닌가. 그런걸 왜 굳이 숨겨 의혹을 더 증폭시키는가. 물론 박 전장관의 은행외압의혹사건까지 겹쳐 곤혹스런 청와대 등에서 숨기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검찰도 이젠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의심스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의혹이 더욱 부풀기 마련이고 여론은 더욱 권력에 비판일변도로 나가는게 아닌가. '뭔가 있다'며 발표자체를 믿지못하게 만든건 바로 검찰의 이런 오판이란 점을 염두에 두길바란다. 또 이번사건의 의혹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건 다름아닌 대통령 조카가 유상부 포철회장과 동석한 경위, 이사건에 개입여부 등을 검찰은 있는대로 밝혀야 더 큰 화를 면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