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식한 졸부가 돈과 권력의 힘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사당에는 들어갔으나 임기가 끝나도록 국정질의 한번 못하고 기껏 했다는 발언이 "점심 때가 됐으니 밥먹으로 갑시다"는 한마디뿐이었다는 우스개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어떤 국회의원은 남이 써준 대정부질의 원고에 적힌 한자를 못읽어 한글 토를 달아줘도 실수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함량미달의 국민대표들이 빚은 촌극이었다. 어찌된 셈인지 새천년이 시작된 인구 250만 도시 대구의 시의회의원들이 과거 함량미달 국회의원들처럼 대부분 벙어리가 됐다는 보도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지난 6월이후 5개월간 3차례의 회기동안 시정질문에 나선 의원은 전체 29명중 고작 4명, 90.91회 회의의 경우 희망자가 없어 시정질문이 아예 생략됐고 어제부터 열린 93회 임시회도 8명의 의원이 시정질문을 벌일 계획을 세웠으나 대상의원의 사절로 3명만 질문에 나선다는 것. 그나마도 의장단의 '읍소작전'(?)에 의해 겨우 체면을 살렸다고. 대구가 경제위기 직후보다 경제가 더 침체되고 있고 우방부도의 여파가 심각한 파장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의 부채규모는 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2002년 U대회, 2003년 월드컵 축구대회 등 국제적 행사가 줄을 이어 준비작업과 재정지출에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의회가 무작정 문희갑 시장이 하는 대로 쳐다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지금 지자제 실시후 상당지역의 지자체장들이 난개발 등 전횡을 일삼는 문제로 시민단체와 중앙정부에선 단체장 주민소환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문제도 2원적 자치제하에서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책임을 다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것이다. 또 국감에선 국회의원들이 지자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한다. 벙어리 시의원들도 문제지만 이들을 뽑아준 시민들도 부끄럽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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