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서구 편향

입력 2000-10-13 00:00:00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출신의 망명작가 가오싱젠(60)이 12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수상은 한편으로 지나친 서구중심주의와 아시아 홀대를 반영한 것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그가 프랑스에 망명하지 않고 유럽문학에 충실한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과연 노벨상을 받았겠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노벨문학상의 아시아 푸대접은 너무 심하다. 1901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권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는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68년)와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94년) 등 두명이 고작이다. 즉,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만 놓고 보면 아시아문학은 지극히 보잘 것없는 것이 된다.

그나마 일본작가가 두 명 선정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유독 일본이 문학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자를 낸 것은 노벨재단에 내는 상당한 액수의 기금에 따른 배려라는 비판이 공공연히 나온다.

반면 아시아 역사와 문학의 중심인 중국에서는 문학상은 물론 여타 부문의 노벨상을 단 한번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매년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도 중국 본토 거주민이 아닌 망명객 또는 반체제 인사뿐이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오싱젠이 프랑스 망명작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반체제 시인 베이다오(北島)가 해마다 유력후보로 거명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벨상은 그동안 아시아 홀대와 유럽 편향으로 과연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있느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평화상의 경우 79년에서야 인도의 테레사 수녀가 최초로 선정됐고, 문학상 수상도 일본이 서구에 편입되는 한편 도쿄올림픽을치르는 등 국력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던 60년대 후반에야 이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인도의 타고르가 1913년에 받긴 했으나 당시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다.

다시 말해 현재까지 총 5백여명을 헤아리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대부분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출신이라는 얘기다.

선정기준을 둘러싸고도 시상 첫해부터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문학상을 예로 들면 에밀 졸라가 유물주의자인데다 창설자인 노벨이 생전에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도 탈락됐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배제됐다. 입센과 릴케, 발레리 등순수문인 역시 노벨상과 인연이 멀었으며 아랍문학의 대문호 나깁 마흐푸즈는 88년에야 겨우 수상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노벨상의 정치성 또한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런 현상은 특히 문학상에서 두드러졌는데 역사가 몸젠(1902년), 철학자 베르그송(1927년)과 러셀(1950년),정치인 처칠(1953년) 등이 과연 문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러시아의 반체체작가 솔제니친이 1970년 난데없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이념대결에 휩쓸린 결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올해로 창설 100년을 맞은 노벨상은 공정성을 차갑게 유지했을 때 그 권위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한 가운데 엉뚱한 선정에 대해 일체 함구하거나 서구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진다면 상의무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컨대, 문학상의 경우 스웨덴 아카데미의 심사위원들이 수많은 언어로 구성된 세계문학의 다양성을 모두 수용한 가운데 보편성있는 심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카데미는 자체 노벨도서관에 20여만권의 현대문학작품을 수집해 수상자선정의 기초자료로 삼고 있는데 스웨덴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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