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민주당 2중대

추경예산안이 13일 새벽 여야 합의로 통과되자 자민련이 한나라당을 '민주당의 2중대'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자민련은 이날 여야간 추경안 합의과정에서 '밀실야합'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에 대해 "자민련보고 민주당의 2중대라고 해왔지만 이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2중대이고, 자민련은 3중대로 밀려났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당초 추경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보조를 맞춰 '1조원이상 삭감'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이 갑자기 민주당과 '1천275억원 삭감 합의'로 선회하는 바람에 따돌림을 당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예결위의 자민련측 간사인 정우택(鄭宇澤) 의원이 이날 새벽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경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때 제기한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밀실야합'주장은 실제로 양당간에 어떤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국회 주변의 관측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12일 오후 7시30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간사가 나와 함께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가 저녁식사후 9시께 입장을 바꿔 민주당측과 '1천275억원 삭감'에 합의한 사실을 기자들까지 알고 있었으나 나는 전혀 몰랐다"며 "눈뜨고 코베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사적인 얘기를 해 송구스러우나, 이한구 간사에게 경위를 물어보니 '(이회창) 총재로부터 지시를 받아 1조2천억원을 깎을 생각이었는데, 정창화(鄭昌和) 총무가 다른 얘기를 해 이런 상황이 됐다'고 답하더라"면서 "저녁때 분명히'무슨 일'이 있었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간 '밀약'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추경안 처리를 위해 소집한 임시국회를 외면하고 당외투쟁을 벌이다 들어와 말을 바꾼 것에는 틀림없이 선명치 못한 점이 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질 때까지 자민련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는 종래 비공개이던 계수조정소위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투명성'을 자랑했으나, 정 의원은 "사실은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나 세사람이 '소위속의 소위'를 구성했다"고 밝혀, 실제적인 계수조정은 공개된 회의장밖에서 이뤄졌음을 '폭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