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10일 백악관에서 역사적 회담을 가짐으로써 양국 관계는 반세기에 걸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협력의 길로 접어들 실질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최고위 북한 관리인 조 부위원장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상당한 내용'이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남북 관계와 마찬가지로 북미 관계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급진전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웬디 셔먼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클린턴-조 회담에 관한 백악관 브리핑에서 밝혔듯이 조 특사가 "지금까지 이룩한 쌍무 관계의 진전을 발전시킬 방안들에 대해 모종의 구상들을 김 위원장 대신 전달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클린턴-조 회담이 '긍정적'이었을 뿐 아니라 '직접적'이었다는 점은 양국의 최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과연 조 특사가 제시한 '모종의 구상들'이 어느 수준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의 북미 관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조 특사를 통해 양국의 수교 의사와 한반도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 전환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양국 수교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선행돼야 하므로 북한이 요도호 납치범 문제 해결 방안 등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필요한 수순들을 제시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조 특사를 수행하고 있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미국측과 실무 회담을 열고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며 11일에는 조-올브라이트 회담에서 조 특사가 제시한 '모종의 구상들' 가운데 일부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이들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조 특사의 귀국일인 12일쯤에는 또다시 '핵폭탄급'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올브라이트 장관의 북한 방문에 이은 연락사무소 개설 협상 돌입, 양국 수교 일정 등을 우선 순위에 올려 놓았다.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에 제시된 대로 북한이 무력에 의한 위협을 포기하고 남북 관계와 함께 북미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two track' 구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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