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로부터 믿음직한 남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내게 부족한 점만 보고 투정하고 비난합니다. 잔소리도 갈수록 늘어만 갑니다. 나를 믿지 않고 남편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허전하고 점점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아내가 화내고 싫어하는 걸 보면, 분명 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모르는 사이에 무슨 짓을?
얼마전 경주에서 열렸던 한 부부 세미나 40대 중년 참석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터놓은 심정이다. 이름하여 흔들리는 40대. 이들은 같은 나이의 여성 보다 사망률 마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지난해 통계청 인구동태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남편이 일찍 죽기를 바라는 아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남편을 죽이고 있는 경우는 아닌지' 현명한 아내라면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는 중년 남성의 별명에는 희망적인 게 별로 없다. '위기의 40대' '피곤한 40대'… 모두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남성 40대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중년기 남성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과도기를 맞는다. 여성은 두드러지게 '폐경기'라는 변화를 겪지만, 중년 남성의 변화는 외형적 징조마저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신체적으로는 전반적 체력 저하현상이 닥친다. 그런데도 가정과 직장에서는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일이 요구된다. 불안은 물론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겹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할 상황. 중년 남성 ㄱ씨의 하룻동안 심리 변화를 들어 보자.
◇40대 ㄱ씨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보니 =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지만 마찬가지. 벌써 이렇게 늙어버렸나?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도 남자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생겼다. 힘들어질까 봐 새로운 일을 하려 해도 걱정부터 앞선다.△출근해서 = 전문지식과 정보를 갖춘 하급자들은 늘어가고, 상사들은 중간 관리자라며 더 많이 요구한다. 위기감이 든다.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지는 않을까…
△퇴근해 집에 오니 = 아이들은 얼굴만 삐죽 내 보이고는 이내 제 방으로 가버린다. 너무 커버린 아이들이 내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을 때는 무기력증에 아찔하다. 그러나 아내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결국 마음 한구석엔 = 외롭고 우울하다.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매사가 짜증스럽고 불행스럽다.
◇지금 내 남편은 어떨까?
시들어 가는 남편의 첫 모습은 바로 침묵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환기한다. 침묵은 지치고 힘들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생각 없는 아내는 매사에 자꾸 잔소리를 내놓기 마련. 게다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남편이 더 속 상한다. 제가 원하는대로 남편이 바뀌어져야 기뻐할 뿐이다.
속 상하더라도 참으면서 충돌을 피하려 들거나, 화나는 것을 참았다가 한꺼번에 퍼붓는 방법은 남편을 더욱 침묵하게 만든다.
심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잔소리를 해도 효과가 없으면 아내는 "나도 차라리 마음을 닫고 사는게 속 편하겠다"고 생각, 정서적 별거상태에 들어가 버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위와 같은 남편의 심리만 이해한다면, 극복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배려받기를 원하겠지만, 남편도 아내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또 아내가 돌봐주기를 원한다"는 말로 충고를 시작한다. 남편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마음으로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아내가 좀더 세심하게 살피고 이해해 배려해 준다면, 남편 역시 그에 부합하는 면을 보여주게 된다는 것.
남편에게 따지고 싶은 일이 있거나 서운할 때, 그의 기분 상태를 봐가면서 대응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또 지쳐있는 남편에게 어느 정도 혼자만의 쉴 시간을 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남편의 노력도 필요
중년 남성 스스로도 중년 심리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자신이 겪는 변화는 누구나 거치는 것이며, 노년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
또 자신이 힘들다고 정확히 알려 줘야 아내 역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남편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 발달상담 연구소 김사훈 연구원은 "알아서 챙겨주기를 바라는 순간부터 아내에게 섭섭해지고,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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