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응답전화 짜증만

입력 2000-10-10 00:00:00

관공서와 서비스관련 업체에 설치된 전화자동 응답시스템이 민원인과 소비자들에게 불편과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포항공단 업체에서 회사차량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44)씨는 지난 6일 차종별 면허제도에 의문이 생겨 114 안내를 통해 알아낸 번호로 포항면허시험장에 전화를 걸었다.

'운전면허 시험장입니다. 일반민원 안내는 1번, 학과기능·도로주행 시험안내는 2번…원하는 번호 한자리를 눌러 주십시오. 일반민원 안내입니다. 안내에 따라…. 응시관련 안내는…. 신체검사 및 신규응시 관련 안내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럴 땐 몇번을 눌러라'는 기계음만 3분 가량 듣다 지쳐버린 김씨는 의문점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같은 사정은 일부 이동통신 업체도 마찬가지. 휴대전화 가입을 위해 ㅇ텔레콤 포항지사에 전화를 걸었던 정모(39)씨도 "몇번 몇번을 누르고 별(◈)표, 우물정(#)자를 눌러라는 말에 귀만 따가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 남·북구 경찰서 역시 교환원을 두고도 자동응답기를 설치해 "괜히 절차만 번거롭게 해 놨다"는 불평을 자초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런 기관들은 직원들과 직접 통화가능한 전화가 있는데도 전화번호 안내 114에는 ARS 자동응답 번호만 등재된 경우가 많고, 한국통신의 114 안내 또한 처음에는 안내원이 나오지만 번호안내 단계에서는 자동응답하는 시스템이어서 주요 기관과 업체에서 '사람과 직접 통화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은 "기계음성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과 주부들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 당하고 있다"며 교환원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다수 기관·단체들은 "민원인 불편이 예상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교환원을 없앤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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