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동이전에 나오는 기록 두개. '10월이 되면 고구려 사람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잔치를 베푸는데 이를 동맹(東盟)이라 한다'. '나라 동쪽에 큰 동굴이 있는데 이를 수혈(隧穴)이라 부르며 10월의 국중대회에서 수신(隧神)을 맞아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고구려의 천제(天祭) 의식, 동맹. 이를 통해 우리는 고구려가 얼마나 대단한 국가였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중국의 여러가지 고대 역사기록에는 '천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제후는 사직에 제사 지낸다'고 나와 있다.
천자와 제후국 왕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천자와 제후가 지내는 제사의 대상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고구려는 당당히 하늘에 제사를 지낸 태왕의 국가였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이후 감히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없어 사직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구려의 위상이 새삼 두드러진다.
서길수 서경대교수는 "고구려는 중국과 별개의 독자적인 천하관을 갖고 있던 나라였기 때문에 중국처럼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영락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고구려 때 동맹이 열렸던 장소로찾아가 보자. 국내성에서 동쪽으로 무용총, 각저총이 있는 하해방 고분군을 지나 17㎞ 쯤 가다보면 왼쪽으로 조그만 산길이 있다. 여기서 300m쯤 산으로 오르면 나타나는 국동대혈. 바로 천제를 지낸 장소다.
주위 산천이 수려하기 이를데 없다. 압록강이 눈 아래 펼쳐진다. 국내성과 가깝지만 조용하다. 하늘에 제사 지내는 장소론 안성맞춤이다. 출정에 앞서 승리를 기원하는 광개토대왕의 모습이 떠오른다. 국태민안을 호소하는 장수왕의 영상도 스친다. 변방의 외적들을 무찔러 영토를 넓히고 내치를 하는 틈틈이 단정한 몸으로 백성의 안녕과 국가의 번성함을 비는 왕들의 마음 가짐이 어떠했을까.
국동대혈은 두개의 동굴로 이뤄져 있다. 아래 동굴은 수행원들이 머무는 장소였고 실제 천제는 위 동굴에서 행해졌다.
아래 동굴은 높이 10m, 너비 25m, 깊이 20m. 방향은 동남향을 향했다. 앞마당은 20평 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있고 아래쪽은 수십길 낭떠러지다. 위 동굴은 100m쯤 위에 있다. 동굴 길이 16m, 너비 20m, 높이는 6m. 아침 일찍 동굴로 찾아드는 햇빛을 안고서 제사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마당은 100평 정도의 평지.
한국에 있는 한 도인은 이곳의 사진만 보고도 혼절할 것 같은 강한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하늘로 통하는 고구려 국왕의 진심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동대혈은 앞뒤가 뚫려 있어 '통천문(通天門)'이라고도 한다. 최근 들어 일부 중국학자들은 압록강 건너 북한에도 이런 형태의 동굴이 있어 그곳을 국동대혈로 부르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단다. 그러나 압록강 너머에는 무덤 하나도 제대로 남기지 않은 고구려가 천제를 지내는 제단을 그 너머에 뒀을리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
대혈에 들어서면 5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평지가 있고 굴 오른쪽에 제단이 있다. 왕이 제사를 지낸 바윗돌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신기하게도 돌이 떨어지지 않고 1천5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오고 있다.
제단에 있는 비석은 최근 세웠다고 한다. 수신(隧神)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태극 모양의 무늬를 눕혀 놓았다. 이애주 서울대교수는 90년대 중반 답사단과 함께 찾은 이곳에서 고구려 춤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단다.
전문가들은 제사를 올리러 갈 때는 육로를 이용하고 돌아올 때는 국동대혈에서 400m쯤 떨어진 압록강을 타고 내려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연변의 고구려 전문가 김삼씨는 "국동대혈은 고구려인들이 만주 땅에 남긴 유일한 종교 터전인만큼 소중한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박물관 내달말까지 -고구려 특별전
영남대 박물관에서 고구려의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5일~11월30일까지 열리는 '고구려-집안에서 경주까지' 특별전. 한강 이남에서 보기 어려운 고구려의 문화유산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영남대 박물관이 어렵게 마련했다.
서울과 한강 유역에 분포하는 고구려의 요새 유적이 주요 전시물. 고구려의 철기 및 토기, 고구려 요새에서 확인되는 고구려군의 무기와 생활, 살림방 및 부엌살림, 기와·유적들의 사진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유물과 신라 유물을 비교, 그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 실용성이 강한 고구려 토기와 의례적 성격이 강한 신라토기의 비교를 통해 문화의 차이를 살피는 것은 큰 흥미거리다.
전시기간 동안에는 특별 강연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있다. 특별강연은 12일(목) 오전10시부터 두시간 동안 박물관 강당에서 실시한다. 강연내용은 한강유역 고구려 요새 발굴을 주도한 최종택 고려대교수의 '한강유역 고구려 요새'와 중원 고구려비를 발견한 정영호 한국교원대교수의 '중원의 고구려문화'.
전시장소는 영남대 박물관 2층 전시실. 관람은 오전9~오후5시까지. 이달말까지는 토·일요일에도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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