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전운 짙은 팔레스타인

입력 2000-10-09 14:26:00

팔레스타인지구로 가는 길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요르단강 서안도시 라말라와 나블루스, 가자지구의 가자시티로 통하는 길 모두 마찬가지였다. 진입로 주변의 풀들은 모두 불타버리고 수북이 쌓인 잿더미와 돌멩이, 화염병 조각들… 그 사이 사이에 말라붙은 핏자국들도 모두 검은 빛이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48시간내 폭력중단의 최후통첩을 보낸 다음날인 8일 오전(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통하는 에레츠검문소를 지나 팔레스타인 지구로 들어서자마자 총성은 들려왔다. 팔레스타인 청년 50여명이 길 한가운데 타이어 3개를 불태우면서 이스라엘군 초소를 향해 돌을 던지고 이스라엘군은 총격으로 대응하는 '작은 전쟁'이 아침부터 펼쳐지고 있었다.

에레츠검문소에서 20㎞쯤 떨어진 네차림의 충돌은 더욱 치열했다. 팔레스타인지구 한가운데에 들어선 유대인 정착촌과 이스라엘군 부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는 이날로 열하루째 계속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군 초소를 향해 돌멩이와 화염병을 잇따라 던져대고 이스라엘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공방전은 시위라기보다는 전쟁에 가까웠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총성과 다급한 앰뷸런스의 신호음, 총격으로 일그러진 건물들은 이곳이 전쟁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네차림 전투엔 이미 아파치 헬기와 탱크, 미사일까지 투입됐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새벽 이들 중화기를 동원, 팔레스타인인들이공격거점으로 사용하던 네차림 교차로 주변의 5층 짜리 건물 2동을 완전히 폭파해 버렸다. 팔레스타인 청년 무하마드 이사(25)는 이스라엘군이 헬기에서 발사했다는 직경 10㎜가량의 탄두를 기자에게 건네며 "이건 전쟁이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외쳤다.

무기라곤 돌멩이와 화염병밖에 없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동료들이 끊임없이 쓰러져가도 두려운 기색이라곤 없었다.

열흘째 이스라엘군과 투석전을 벌이고 있다는 무하마드 아브라이아(17)군은 "이스라엘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 나는 그들과 싸우다 샤히드(순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년 무하마드 바칼(22)군도 바라크 총리가 48시간내 폭력시위 중단을 경고한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바라크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라. 우리는 모두 샤히드가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다짐했다.

전쟁의 처참함이 배어나는 또다른 곳은 병원이었다. 가자시티내 쉬파병원의 응급실엔 총상을 당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끊임없이 실려왔다. 팔과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청년이 있는가 하면 총알이 몸 한가운데를 완전히 뚫고 지나간 부상자도 있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