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회단체 대표 50여명,10일 北노동당 기념행사 참가

입력 2000-10-09 12:01:00

정부는 7일 북한 노동당 창건 55주년(10월10일) 행사에 각급 정당, 사회단체가 희망할 경우 참석을 허용키로 했다.

당초 참석불허 방침을 밝혔던 정부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원칙없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7일 "노동당 창건 행사의 참석을 위해 방북 신청서를 제출한 개인과 단체에 대해 법률 절차에 따라 방북을 선별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이번 행사의 참석을 노동당 창건일의 경축 차원이 아닌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정치색없는 단순 참관으로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앞서 6일 밤 통일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회의를 거쳐 이같은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방북 신청을 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전국농민회총연맹,민주노동당 등 6개단체 40명의 신청자 대부분은 노동당 창건일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범남본)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의 경우 신청서 접수를 거부했다.

한편 박순경 민주노동당 고문(전 이화여대 교수)에 이어 종교인협의회 사무총장인 김종수 신부도 6일 개인 자격으로 방북 신청서를 제출, 노동당 행사에 참여할 남측 총 인원은 5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정부 방북허용, 논란 불가피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 대한 남측 단체 대표들의 참석을 결정하기 까지 정부는 고민을 거듭했다. 남한 단체의 참석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여론이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정부가 선뜻 나서 방북을 허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남한 정당 사회단체에 초청 서한을 보냈고 지난 3일 초청장을 보낸후 7일에야 최종 결정을 내린 것만 봐도 이같은 고민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간의 교류를 통한 화해와 협력이라는 기본 이념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남측 단체 대표의 제한적 방북을 허용했다. 또 비판여론 못지 않게 정부가 사회단체의 방북을 앞장서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도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정당,종교,사회 단체 대표들이 방북 신청을 하더라도 승인 절차를 늦추며 참석을 막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북측이 '꺾어지는 해'라며 당창건 55돌 기념일을 워낙 성대하게 준비해온 터여서 남쪽의 단체 대표들이 참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북의 초청을 앞장서 방해한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단체별로 3명씩으로 제한하고, 정치적 언동을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조건을 달아 방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8일 통일부에서 두 차례 실시한 안내교육 참가자 25명과 지원인력 등 방북단은 30여명으로 최종 결정됐다.

북측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방북단을 실어나를 특별기를 9일 오전 김포공항으로 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들 단체 대표에 대해 방북을 허용함에 따라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식량차관 제공을 둘러싸고 성급함과 투명성 확보를 지적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초 방침을 바꿔 방북을 허용하면서 무원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번 방북단이 자칫 정부에 제출한 각서와 달리 북측 정치적 행사에 이용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사회단체 내에서도 일고 있다. 수사중이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람들의 방북 불허한다는 방침에 따라 방북을 앞장서 추진했던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방북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렵사리 방북을 승인해놓고도 이래저래 입장이 곤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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