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전시행정에 농락당한 벤처

입력 2000-10-07 15:29:00

"사정이 이럴줄 알았으면 출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시행정도 이런 전시행정이 없을 겁니다"

경북도가 '첨단 벤처기업의 우수제품 전시를 통한 벤처창업 유도'와 '산.학.연 공동연구 개발성과 비교전시를 통한 테크노마트 개설'을 목적으로 포항에서 열고 있는 '2000 첨단산업기술 박람회'에 참가한 벤처기업인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박람회에 기대를 걸었던 참가업체들이 첫번째 문제로 삼는 것은 행사장 위치. 이 행사가 열리고 있는 포철교육재단 체육관은 신축한 지 두어달밖에 안돼 포항사람들도 위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또 승용차가 없으면 사실상 갈 수 없는 곳에 있다.

둘째는 경북도의 무성의. 행사에 참가한 한 기업인은 "경북도가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도가 만든 홍보물의 행사장 명칭도 틀렸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북도가 행사장에 비치.배포하고 있는 두가지 홍보인쇄물과 벽면에 붙여 놓은 초대형 현수막에는 행사장 명칭조차 틀리게 표시됐다.

경북도는 또 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를 전혀 홍보하지 않았다. 짧은 기간동안 열리는 행사인 만큼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데도 경북도는 이를 외면했다. 박람회 첫날 행사장을 찾기 위해 포항시에 문의했던 한 시민은 "그런 행사가 포항에서 열려요?"라는 응답을 들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가 포항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경북도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경북도가 보인 무성의의 절정은 주최측인 도청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는 점. "보고서에 사진 몇장 첨부한 뒤 '우린 벤처를 위해 이런 행사를 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한다고 뛰어다니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며 행사장을 떠나는 한 벤처인의 뒷모습에서 행정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사회2부 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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