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I -부실기업, 과감히 퇴출해야

입력 2000-10-07 14:58:00

정부가 올 연말까지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부실기업퇴출의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 것은 급박한 국내 경제사정으로 보아 충분히 동감할 일이다. 1차 구조조정과정에서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올해 또 4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선 부실기업을 털어내지않고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도 없고 국민부담을 납득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7월말 현재 여신규모가 5백억원이상이면서 부실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업 가운데 150~200개 기업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는 발표는 정작 그같은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부실기업 정리방침은 당초 대규모 심사대상 선정에서 단호하고 과감한 인상을 준 것과는 달리 은행에 내린 가이드 라인이 지나치게 부실살리기에 중점을 둔 것같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의지에 의문을 가질 정도다. 더욱이 1차 기업구조조정에서 퇴출돼야할 기업이 살아남아 또다시 부실로 주저앉고 그것이 금융부실을 가져온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걱정스럽다. 미래 부채상환능력을 반영하는 자산 건전성분류기준에서 "요주의" 이하 등급을 받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능력이 1.0미만인 기업들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는 발표는 일부 기업쪽의 반발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 라인의 발표에 따라 대상기업의 80~90%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게 되리란 전망이 우세한 것은 정부방침이 빈 수레처럼 요란할 뿐이란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물론 종국적으론 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살 수 있지만 경쟁력없는 기업을 끌고 가면 우리 경제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일부에선 이번에는 부실기업을 과감히 퇴출해야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2차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퇴출 결정에 앞서 정부가 심사대상을 거론한 것을 적절치못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의지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소수의 기업을 퇴출하기위해 이같이 거창한 계획을 발표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뭔가 정치적 제스처를 쓰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2차 구조조정의 첫단추도 잘못 끼워지는 것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정부가 연말까지 목표로 잡은 일정에 쫓겨 또다시 흉내내기식의 부실기업정리를 한다면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올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구조조정을 않는 것이 오히려 경제를 덜 망치게할 것이다. 이번만은 대기업의 눈치를 보거나 노조의 눈치를 보는 인기위주의 부실기업 정리를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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