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올림픽 정신' 되찾자

입력 2000-10-05 00:00:00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고, 친선을 도모하고,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만남의 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시드니 올림픽을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은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아무리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하지만 전세계 언론은 금메달을 많이 딴 국가 순서대로 우열을 매기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클로즈 업 시킨다. 물론 가끔씩 각종 불운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화제성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차피 역사의 기록에 남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편파판정이든, 오심이든, 어쨌든 승자만이 기록에 남는다.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승자가 되기 위해 생명을 단축시킬지도 모를 약물을 복용한 사례가 줄을 이었고, 금품수수 소문에다 홈팀의 텃세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보면 이런 사례는 아주 사소한 사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사는 메달을 딴 선수만 기록할 뿐이다.

올림픽때마다 불거지는 상업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호주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한의 흑자를 내기위해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3개월전에 세금을 10% 올리고 택시요금을 일률적으로 3호주달러(한화 약 1천800원) 인상했다.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민박요금이 2, 3배씩 오르고 생수값만도 장소에 따라 3배씩이나 차이가 났다. 물론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수천만달러의 기부금과 로비자금이 들고 경기장시설, 도로확충, 기타 제반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데 돈이 쏟아부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올림픽의 상업화는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결국 봉이 잡히는 건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 취재진들이다. 불평을 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포츠를 통한 우호증진, 인류애를 거론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인 듯 싶었다. 아마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도 나름대로의 부작용은 있었고 또 쿠베르탱이 처음 근대올림픽을 주창했을 때도 그 역효과를 한번쯤 생각 못하지는 않았을테지만, 이제 올림픽은 '인류애' '화합' '평화' 등의 고상한 언어로 치장하기엔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올림픽 정신'의 회복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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