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조화…禪스타일로 여유 추구

입력 2000-10-04 14:29:00

명상, 구도, 선으로 상징되는 동양의 정신세계와 서양의 미니멀리즘이 만난 젠(禪)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동양의 신비주의는 국제 가구전이나 패브릭전을 통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혼란한 현대인의 생활에 정신적 여유, 평온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동양적인 문화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는 이때, 어느 집이나 한두가지씩 있는 옛 가구나 소품들을 구석에 버려두지 말고 새롭게 꾸며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자.

◇좌식 공간 꾸미기

따뜻한 아랫목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좌식 문화는 비좁은 아파트 생활에서도 장점이 많다. 큰 가구를 들이지 않아 공간을 넓고 변화롭게 쓸 수 있고, 바닥에 앉다 보니 천장이 높아져 한결 안정감이 든다.

특히 집에 손님이 많이 올 경우 일부는 소파에 앉고 일부는 바닥에 앉아야 하는 애매한 경우가 생기지만, 거실을 좌식으로 꾸미면 손님 수 대로 방석만 놓으면 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방석은 커튼과 맞춰 계절별로 두세가지 소재를 구비해 두면 든든하다. 여름에는 모시나 삼베, 겨울에는 무명 실크를 사용해 누비기도 하고 벨벳 소재로 개성있게 연출해 볼 수 있다.

◇벽 장식하기

이제 기능성이 떨어진 반들반들 손때 묻은 골동 가구들이 장식 용도로 많이 쓰인다. 집집마다 거의 한점씩은 있으므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옛 수납 가구인 '궤'를 벽쪽에 붙여 놓고 위에 액자를 걸고 도자기 한점을 올려 놓으면 근사한 콘솔이 된다. 소반이 있으면 벽 모서리 부분에 놔두고 위에 매트를 한장 깐 뒤 열매로 모양 낸 작은 화병을 올려 놓으면 친근감을 더하는 공간 표현이 된다.

시골에 가면 버려진 고가구들이 많이 있다. 대구 경우 남구 이천동 등에 가면 낡은 고가구를 수리해 주는 곳이 있어 완전 새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삼층장이나 옷장 종류를 콘솔로 이용할 경우, 꽃을 올려 놓을 때 단아하게 꽂는 게 중요하다. 또 모시로 만든 매트를 깔고 도자기 작품이나 그릇을 올려 놓아도 보기 좋다. 고전풍의 소품 위에 한복 매듭 종류를 걸면 한결 더 멋있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꽃 장식하기

요즘은 억새 종류와 나뭇가지들이 많이 응용된다. 복잡한 꽃보다는 동양적인 선을 살려 한가지 종류로 수북하게 꽂는다든지, 나뭇가지 선을 살려 한두가지 자연스럽게 꽂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거실이나 주방, 현관 복도 등에 도자기나 사각으로 짠 나무 상자에 연한 갈색 끈을 돌돌 말아 매트 위에 올려놓고 꽃장식을 한다. 좀더 분위기를 내려면 바닥에 해바라기나 단풍잎을 한두잎 정도 흘려 놓으면 근사한 장식이 된다.

◇옛 소품 만들기

고목을 구해 액자틀을 만들고 베갯모에 예쁘게 수놓아진 것을 버리지 말고 뜯어내 액자 안에 붙여 벽면에 걸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또는 높이가 낮은 찻상 중간에 베갯모 수를 붙여 그대로 걸어도 느낌이 좋다. 고전풍의 유럽가구 위에 접목시켜도 디자인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글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도움말 김소민(IMS디자인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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