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공영주차장옆 자전거 보관소. 타이어가 펑크난 자전거, 손잡이는 사라지고 몸통만 남은 자전거 등 상처투 성이(?)자전거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달서구청이 지난 98년부터 지하철 이용객과 마을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98대의 자전거를 설치해놨으나 '양심불량자'들 때문에 10여대가 분실됐고 나머지 상당수도 고장.파손된 채 버려져 있는 상태다.
'작은 양심'이 실종되고 있다. 공공장소에 비치된 물건을 버젓이 자기 집 재산목록에 올리는가 하면 길에서 주운 남의 물건도 주인을 찾아주기 보다는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제것으로 사용하기 일쑤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난 7월부터 29개 지하철역에 950개의 양심우산을 비치했으나 석달만에 150개가 분실됐다.
북부경찰서의 경우 휴대폰, 신용카드, 지갑 등 분실신고가 올들어 하루 평균 10여건이 들어오지만 습득물 신고가 접수되는 비율은 분실신고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 수십만원대의 휴대폰은 전체 분실신고의 30%이상을 차지하지만 주인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것.
또 북구 산격동에서 렌트카 사업을 사는 홍모(45)씨는 얼마전 손님에게 고급승용차를 빌려줬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경찰까지 동원, 차를 되돌려받는 홍역을 치뤘다.
홍씨는 "빌린 차를 제때 돌려주지 않는 손님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사태에 대비, 조합에서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감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만화, 비디오 등 대여점들도 양심불량 손님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서구 성당동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하는 김모(37)씨는 지난 1년간 비디오 테이프 분실로 인해 2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전화번호.주소를 가짜로 이야기하거나 이사갈 때 비디오테이프를 가져가는 경우 등 방법도 가지가지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 최모(34.동구 신암동)씨는 비디오 분실을 줄이기 위해 단골손님을 제외한 고객에 대해선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또 남구 대명동에서 만화대여점을 하는 이모(35.여)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멀쩡한 만화책이 걸레가 돼 되돌아와 가게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 뿐이다.
김씨는 "만화책 곳곳이 찢어지는 것은 예사고 씹다 남은 껌을 발라두거나 음식물 찌꺼기까지 묻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남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씨가 삭막한 새태속에 밀려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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