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시련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주인공들

입력 2000-10-03 14:34: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땀과 눈물의 결정 '올림픽 황금열매'를 차지한 한국의 올림픽 스타들은 한국스포츠의 새 역사를 만들어낸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 환희의 순간이 오기까지 반드시 메달만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가난과 시련을 딛고 일어 선 불굴의 투지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며 감동을 주었고 그 열매는 가슴아픈 '헝그리 정신'의 개가였던 것이다.

국제무대 데뷔 6개월만에 기라성같은 총잡이들을 제치고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여고생 총잡이 강초현. 지난해 7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머리맡에 딸이 쏜 만점 표적지를 놓고 살을 에는 고통을 이겨내려 했던 아버지가 맨먼저 떠올랐다. 비록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놓쳐 더없이 아쉬웠지만 강초현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 웃을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선수였던 강초현은 홀로 남아 자신만을 위해 온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어야 했다.

얼마 안되는 국가유공자 연금으로 꾸려나가는 궁핍한 형편에도, 숨막히는 긴장속에서도 담대함을 속으로 갖춘 승부사로 변해 있었다.

마지막 화살로 1점차이의 금메달을 쏜 윤미진은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억누르고 먼저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1년전만 해도 무명이었던 윤미진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싸움닭'기질을 보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화물트럭 기사로 공사현장을 떠다니는 윤미진의 아버지와 부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4녀1남 중 막내인 미진이를 제대로 거둘 수 없었다. 그 흔한 경기장 한번 찾지 못했다.

그러나 윤미진은 금메달과 함께 양궁장비를 걱정하던 그동안의 설움을 일시에 날려버렸다.

한국 펜싱의 역사를 단칼에 바꿔놓은 김영호. 남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비유할 만큼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지도 몰랐다. 지난 91년부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영호는 지난 해 1월 훈련중 쓰러졌다. 허파에 물이 차는 바람에 허파기흉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그는 몸무게가 10kg정도 늘면서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수술후유증을 털고 일어난 김영호는 체중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옛날의 파워와 스피드를 되찾았다. 병마를 딛고 4년 전 애틀랜타대회에서 8위에 그친 한을 기어코 금메달로 바꿔놓은 김영호의 투혼이 더욱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남자양궁의 간판 오교문. 오교문에게는 천추의 한이 도사리고 있었다. 오교문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부진, 단체전 은메달에 그친 채 낙담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나 간경화로 고생하시던 아버지가 결국은 쓰러졌고 한때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았지만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기 위해 활을 놓지 않았다.

당뇨병을 앓고 있던 홀어머니 수발을 하며 선수생활을 하던 '효자'오교문이 올림픽대표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어머니마저 시드니올림픽을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원래부터 연습벌레로 통하던 오교문은 이를 악물고 훈렴에 전념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8kg급 결승전이 끝난 후 김인섭은 한동안 매트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김인섭은 그야말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예선 1, 2차전은 모두 재경기까지 가는 악전고투. 더구나 왼쪽 손가락이 꺾이고 늑골까지 부상을 입어 사실상 결승경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김인섭은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8강, 4강에 이어 결승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은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식당일을 하며 자신을 뒷바라지 해 온 부모님에게 값진 선물을 안기려 했는데…. 그러나 금메달 이상의 값진 열매였다. 김인섭은 "모든 것을 다 바쳤어예. 하늘이 은메달만 허락하나봐예"라며 눈물을 훔쳐 경기를 지켜 본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노진규기자 rj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