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평화는 없다'

입력 2000-10-02 14:40:00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이 4일째인 1일까지도 더욱 악화, 평화를 향해 가던 중동 사태가 최악의 전쟁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스라엘과 이슬람측은 사태 이후 갖가지 통로를 통해 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중동 평화회담의 마지막 매듭인 예루살렘 문제를 두고 발생함으로써 양측의 종교적 감정을 촉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태 진전=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있었던 이스라엘 우익 리쿠드당 샤론 총재의 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방문이었다. 그는 이 이슬람 성지 역시 이스라엘 영토임을 명백히 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의식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인들은 당시 유대교 신년을 앞두고 인접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 후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사건 이틀째이던 29일엔 팔레스타인인 7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30일에는 사태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전지역으로 확산돼 양측이 총격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비화돼 또 23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부상했다. 1일에도 9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지금까지 사망자는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숫자는 1996년 9월 충돌 이후 가장 심각한 것이다. 당시엔 팔레스타인인 59명, 이스라엘인 16명, 이집트인 3명 등이 숨졌었다. 팔레스타인은 1987∼93년 사이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1천258명의 희생자를 냈었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측이 이번 사태를 일부러 유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샤론 총재의 방문이 그 첫 증거라는 것. 그러면서 군인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인들의 머리에 조준 사격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외무장관 서리는 "이번 충돌은 팔레스타인 고위층에서 계획한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밤엔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아라파트 PLO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폭력을 협상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한 반면, 아라파트는 1일자 사우디 아라비아 신문 회견 보도를 통해 "전쟁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양측.주변국 태도=양측 수반은 30일 전화 통화를 가졌으나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 놓자"는 정도 이상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팔레스타인 치안관도 충돌 종식을 위한 협의를 가졌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 후 아라파트는 유엔이 이번 사건을 조사해 주도록 촉구했다.

아랍연맹은 1일 이번 사태를 다루기 위한 긴급 대사 회담을 개최, "팔레스타인의 수도는 예루살렘에 세워져야 한다"고 재천명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조사를 촉구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자국을 찾은 아라파트 등과 잇따라 만나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지난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 방문에 나서서 이집트에 도착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그와 회담을 갖고 아랍권의 단결 방안을 협의했다.

이집트에서는 수천명의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여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지하드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성전(聖戰)을 촉구했다.

◇중동회담에 미칠 영향=살얼음 걷듯하던 중동회담에 종교적 감정의 불을 지름으로써 이번 사태는 중동 평화에 앞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측 평화회담이 그동안 주로 예루살렘 처리 문제로 막혀 왔듯이, 이번 사태도 그 때문에 촉발됐다. 더욱이 이번엔 이슬람 성지 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중에 다음달엔 미국 대선이 있고, 협상주의자인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도 불신임 당할 위기에 있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중동회담에 이제 시간이 별로 없게 된 것. 그런데도 이런 사태까지 겹치자 "이제 평화회담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감돌고 있다.

올해도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팔레스타인인 스스로 독립을 선포하는 등 최악의 정치 상황까지 겹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우기 예루살렘 문제는 팔레스타인 혼자서 결정할 수도 없는 이슬람 성지이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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