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살림 어떡하나" 아파트전세 '별따기'

입력 2000-10-02 00:00:00

이달에 결혼할 예정이던 김모(29·수성구 매호동)씨는 결혼식을 연기했다.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자는 애인의 요구에 따라 한달 동안 전셋집을 구하러 뛰어다녔지만 허탕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원했지만 대구시내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혼 시즌을 맞은 요즘, 집문제로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우방을 비롯한 건설업체들의 부도 여파로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면서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진 탓이다. 이때문에 예비부부들은 단독주택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김씨처럼 아예 결혼을 연기하는 경우도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다.

아파트 대단지 지역인 시지, 지산, 범물, 용산, 성서, 칠곡지구 인근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는 평균 30~50여명에 이르는 예약대기자가 줄을 서 있는 상태. 한 공인중개사는 "8월이후 전세 매물이 전무하다"면서 "성서지구의 경우 100명꼴에 1명이 전세를 얻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설령 전세가 나오더라도 1시간 이내에 계약이 체결되는 바람에 중개업소에 미리 계약금을 지불하는 예비부부가 많다.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 신혼 2년차 주부 이모(26·남구 대명동)씨는 "곧 전세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3개월 전부터 시지에 24평형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고 했지만 매물이 없어 아직까지 이사를 못하고 있다"며 "이젠 포기하고 그냥 주택에 눌러 살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시지천마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잇단 주택건설업체의 부도로 신규아파트 분양이 부진한데다 내년 4, 5월쯤 수성구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3천800여가구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아파트 전세대란이 4,5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을 내놓았다.

반면 수성구 황금동 유창부동산 관계자는 "대구에 미분양 아파트가 아직 5천여세대가 남아 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었던 단독주택의 거래가 활발해 지고 있어 결혼시즌이 끝나면 우려할 만큼 심각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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