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내달 6일 개막

입력 2000-09-30 14:00:00

가을날. 바닷바람을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야외극장이면 더할나위 없겠고.

부산 국제영화제(10월 6일-14일)가 5회를 맞았다. 올해는 55개국 209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폐막작이 왕자웨이 감독의 '화양연화'(14일). 다른 배우자를 가진 기혼 남녀의 사랑을 통해본 60년대 우울한 홍콩의 초상화가 드넓은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막작은 인도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

아시아 영화 80편, 한국영화 40편, 아시아 밖 영화가 91편이다. 명실상부한 영화의 성찬이 1시간 30분 거리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지난해 12개관에서 15개관으로 상영관도 늘었다.

부산영화제의 볼거리는 역시 올해 세계 주요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댄서 인 더 다크'를 비롯해 심사위원 대상작인 중국 지앙원 감독의 '귀신이 온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수상작인 이란 영화 '순환'(감독 자파르 파나히),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인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 달러 호텔' 등이 소개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아시아 영화에 중점을 둬온 부산영화제는 올해에도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 중국 장이모우(張藝謀)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등 거장들의 신작을 비롯해 80편 가량의 아시아 영화들을 초청했다.

또 영화사상 유례 없는 가족 영화제작집단인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일가의 영화들을 한 자리에 모은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 등 아시아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부산에서 상영될 한국영화 미개봉작 중에서는 '나쁜 영화'(감독 장선우) 못지 않게 도발적이라는 소문이 퍼진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영화 '눈물'이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영화 감독과 스타를 직접 만나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게스트와의 대화 시간엔 빔 벤더스, 뤽 베송, 쟝원, 프루트 챈, 양조위, 장만옥, 왕가위 등을 만날 수 있다. '파리 택사스'의 빔 벤더스는 일체 개별 인터뷰를 사양하고 자신의 영화 뒤에 게스트와의 대화시간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부산을 찾는다.

예매는 22일부터 부산은행 전국 각 지점에서 할 수 있으며 매일 오전9시 반∼밤10시에 인터넷 예매(www.piff.org)도 가능하다. 관람료 4000원(개,폐막작 1만원). '레슬러'와 '화영연화'는 벌써 매진됐다.

그러나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만 있다면 못 볼 것도 아니다. 고생되지만 환불권을 기다려 볼 수도 있다. 문의 051)241―3201.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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