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명록 訪美 의미

입력 2000-09-30 14:30:00

북한의 조명록(차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의 미국 방문은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정전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평화보장체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북한 정권수립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이 29일 조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한 성명에서도 "미국과 북한은 조 특사의 방미가 양국 관계 개선에 중요한 조치이며 한반도의 오랜 적대상태를 종식시키려는 목표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 74년부터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해 왔으며 이 제의가 있은 지 10년이 지난 84년에는 미국과 남북한 간 '3자회담'으로 변형 제의하면서 북.미 간에는 평화협정을, 남북간에는 불가침선언을 채택할 것을 주장해 왔다.

북한은 또 지난 94년에는 '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제의했으며 96년에는 '잠정협정' 체결 제의 등으로 긴장 완화와 평화구축 방안을 점차 구체화해 왔다.

이어 북한 외교부대변인은 지난 96년 2월 22일 담화에서 잠정협정은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잠정협정 이행을 위해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할 북.미공동군사기구 설치와 이러한 문제를 토의할 협상 진행 등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북한은 96년 4월 4일자로 정전협정제1조 관리의무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은 잠정협정에 호응하는 대신 같은해 4월 1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남북한, 미국, 중국간 4자회담'을 제의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5, 2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남북국방장관회담과 관련해 북한측이 발표한 공동발표문 제2항에서 "쌍방은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여 전쟁의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는 데 대하여 이해를 같이하고 공동으로 노력해 가기로 하였다"고 밝힌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미국과 '새로운 평화보장체계'를 논의하면서 남한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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