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의 막판 열기가 달아오르던 29일 낮 12시 대구시 북구 복현동 성보학교 운동장. 관중이라 곤 학부모들 뿐이지만 217명의 장애학생들이 2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손꼽아 기다려오던 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 차례는 휠체어 달리기. '땅' 하는 총성과 함께 휠체어가 튀어나갔다. 뒤에서 휠체어를 미는 아이들은 성보학교와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인근 신성초등학교 4학년4반 어린이들.
반환점을 향하는 아이들은 장애인과 정상인의 차이를 뛰어넘어 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40대의 휠체어가 이어달린 청군과 백군의 릴레이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청군의 승리. 한쪽에서는 만세소리가, 한쪽에서는 박수가 쏟아졌지만 모두가 승자의 모습이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운동회가 시작된 오전 10시30분부터 공 던지기, 엿 먹기, 투호, 자치기 등을 함께 했다. 월1회 정도씩 교환수업을 하고 가정으로 초청까지 하는 등 이해의 폭을 넓혀왔지만 운동회에서 몸을 부대끼고, 땀을 흘리면서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조그마한 벽까지 무너뜨렸다.
허동수 성보학교장은 "서로 도우며 놀이를 함으로써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운동회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장애학생들끼리 맞붙은 바구니 터뜨리기 경기. 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모래주머니를 던지는 탓일까. 바구니는 자꾸만 빗나갔지만 이내 허리를 굽히고 다시 모래주머니를 쥐어드는 학생들의 얼굴엔 맑은 하늘이 담겨 있었다.
뒷편에서 신성초등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계속됐고 마침내 터진 바구니. 땀을 훔치며 만세를 부르는 장애학생들의 눈앞에는 오색 종이가 흩뿌려지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글귀가 활짝 펼쳐지고 있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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