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꿈 드디어 성공

입력 2000-09-29 14:58:00

"장하다, 우리딸. 그동안 밖에서 훈련하느라 따뜻한 밥 한번 못해 줘 마음아팠는데…"

정재은선수(20.한국체대3)가 28일 오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태권도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자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정 선수의 집은 잔치 분위기를 이뤘다.

TV를 통해 딸의 모습을 보면서 경기내내 두 손을 꼭 모으고 가슴을 졸였던 어머니 도영희(46)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딸의 승리를 기뻐했다.

정 선수가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은천초등학교 5학년 때.

큰 오빠 재열(28.사설경호원), 작은 오빠 재원(26.신관중학교 태권도 코치)씨를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1년만인 초등학교 6학년때 '전국 어린이 태권왕'으로 뽑히며 두각을 나타냈고 중.고교 시절 전국대회를 휩쓸어 마침내 고3 때 국가대표가 됐다.

정 선수를 응원하러온 동네 사람들은 "태권가족 막내딸이 큰 일을 해냈다"고 축하를 건넸으며 정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과 한 차례 심한 부상을 이겨내고 일궈낸 한 편의 인간승리라는데 더욱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 정병상(48)씨와 어머니 도씨는 그동안 건축현장에서 장판. 환기통 설치작업을 하며 세 자녀를 길러 왔으며 지금도 월세 18만원짜리 지하 방2칸 집에서 살고 있다.

또 정 선수는 지난 97년 고3 때 홍콩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우승했음에도 불구, 척추를 심하게 다쳐 1년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 선수가 이런 슬럼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아버지의 힘이 컸다는 후문.아버지 정씨는 재은이가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접 응원해야 한다며 비행기삯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휴일도 없이 일해왔을 정도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격투기'인 태권도 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모를 겸비한 정 선수는 최근한 스포츠용품 업체로부터 모델제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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