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고조 유방이 약법삼장(約法三章)을 선포, 천하의 민심을 얻은 얘기는 유명하다. 중국 패(沛)땅의 건달 출신 유방으로서는 초나라 명문가의 항우를 쓰러뜨리고 천하를 손아귀에 넣기는 했지만 힘이 달렸다. 당시 상황을 보면 각지에는 호족들의 반란이 잇따랐고 변방의 흉노 또한 침공의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법을 더욱 강화하고 기강을 바로 잡아 왕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치 천재 유방이 보는 안목은 역시 비범했다. 민심이 이반하면 어차피 법치(法治)만으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는데 까짓거 자꾸 백성을 옭아맨다고 무엇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나온 것이 기존의 모든 법을 철폐하고 약법삼장만으로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대선언이었다.
약법삼장- 다시말해 '살인자는 사형이고 남을 다치게 한 자와 물건을 훔친 자는 그에 따른 벌을 받는다'는 단 한 구절의 법률이 모든 법령을 대신해서 선포되자 진시황 치세에서 시달리던 백성들은 환호했고 천하의 민심은 유방에게 기울어졌던 것이다. 유방은 노련한 의사가 환자를 진맥하듯 시대 상황과 민심의 흐름을 통찰한 뒤 승부수를 던져 중원의 주인이 된거였다. 따지고 보면 정치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 고조처럼 계엄령을 내려야할 시점에 평화선언을 해서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정치 달인(達人))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쯤은 있어야 하고 개혁을 위해서는 기득권 세력을 설득하고 때로는 제압할 힘도 있어야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어지기에 정치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마추어가 정치하는 나라
그런데 이 땅의 지도자들은 나라 다스리는 일을 너무나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만 같으니 걱정이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당 총재에 대한 충성도만 있으면 그가 어떤 능력의 소유자이든간에 정치가 잘 된다고 믿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 공천을 받아 버젓이 출마하게 되고 유권자들 또한 인물 됨됨이는 볼 것도 없이 몰표를 던지니 이렇게 이루어진 국회가 어찌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정부의 인재등용은 한술 더 뜨는 것만 같다.
정부는 호남 인력을 대거 중용하면서 그동안 소외받은 호남사람들을 발탁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소외받은 사람이 햇볕받는게 당연하겠지만 어찌보면 합리적인 생각은 못된다.
왜냐하면 소외받고 밀리는 동안 주요직책을 맡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주요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최근의 국가 경영이 흔들리고 어딘지 모르게 서투르고 껄끄러운 것도 전문성 없는 아마추어급 인물들이 날치기 발탁돼 대거 국정의 요직에 참여한 탓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나라 다스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범사(凡事)가 아니다. 때문에 국정은 지연.혈연에 관계없이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집권세력들이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아주 상식적인 진리를 외면한채 아전인수격으로 호남사람 인재등용에 치우친 탓에 정치가 흔들리는게 아닌가한다.
능력 있는 인재 등용하자
어쨌든 요즘 정부.여당이 나라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 하다.
지난해는 교육개혁이랍시고 들쑤시다 흐지부지 물러서더니 올해는 의약분업으로 북새통을 만들고는 끝장도 못보고 되레 설설기는 모습이다.
주미 대사는 미국서 실수요, 국정원장.국방장관은 북한 사람 만나면서 또 우리를 불안케 했다.
경제 부처는 피같은 공적자금이 필요없다, 필요하다 갈팡질팡인가 하면 통일부는 북한에 식량 못보내 안달이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터수에 대통령의 임기마저 반환점을 넘긴만큼 위정자들이 심기일전한들 더이상의 어떤 선정(善政)도 기대키 어려울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국정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것 아닌가.
대통령 임기말까지 위정자들은 정치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인재를 제대로 등용, 국정을 바로잡기 바란다. 위정자 스스로 생각해서 능력 없다고 생각되면 당연히 자퇴할 일이다.
연줄만 닿으면 무턱대고 요직에 앉는 무자격자 때문에 정치가 흔들린다고 보아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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