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나도 화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인연 때문인지 그림을 보면 또다시 추억과 꿈 속으로 마구 빨려들어 간다. 귀를 자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섭기도 애석하기도 하던 그런 연민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던 그 무렵. 방과 후에 남아서 학교 주변의 보리밭과 만발한 자두꽃이며 교실과 탁자의 정물을 그리곤 했다.
우리 집 다락방에는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그 어린 시절에 그렸던 '도화원' 그림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그림을 무척 좋아하셨고 당신의 보물처럼 가끔 꺼내 보시곤 하던 것이었는데,어느 날 나는 그 그림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배고픈 환쟁이가 되겠다던 꿈이 다른 것으로 바뀌고,확고한 나의 신념을 위한 번제물처럼 그것들의 화형식을 치렀던 것이다. 이제는 어머니도, 그 그림도 모두 세상을 떠나버렸고 나만 남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칠이 벗겨진 마루바닥과 한켠에는 혼자 누우면 알맞은 침대가 놓여있고,거기에는 빨간 공단 이불이 한껏 부풀은 꿈처럼 주인 대신에 누워있다. 벽에는 두 개의 초상화와 거울과 수건이 걸려있고, 푸른 벽의 실내는 어쩔 수 없는 가난과 우울한 현실들이 담겨져 있는 듯 하지만,작은 탁자 뒤로 연두빛 창이 그나마 희망으로 보인다. 이가 잘 맞지 않은 듯 삐이 소리가 나며 열릴 것 같다. 참 다행이다. 이 우울한 실내의 저 창은 숨을 쉬고 꿈을 꾸는 출구다. '아를르에 있는 고흐의 방' 작품을 볼 때마다 우리 동네 이발소를 얻어서 아틀리에로 꾸며 살던 무명의 화가를 생각나게 한다. 몰라도 될 그 어린 시절에 그에게서 고픈 삶과 고통의 호소를 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만 그가 고통과 잘 맞서서 견뎠으리라는 바램과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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