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인들

입력 2000-09-25 15:08:00

"겨우 암표를 사서 들어왔지만 우리나라가 이겨 4강에 올라 너무 기쁩니다.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남아공을 13대3, 8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4승3패로 4강진출을 확정지은 24일. 가족과 함께 이민 12년째인 이호준(31. 시드니 켄서스터)씨는 한국이 약체인 호주에게까지 져 조마조마했는데 초반부진을 떨치고 4강에 오른 것을 기뻐했다.23일 일본과의 경기도 꼭 보고 싶었는데 표가 없어서 못 봤다는 이씨는 가게에서 인터넷을 통해 스코어만 확인하고, 경기장에 있는 친지에게 휴대폰으로 간이 중계방송을 들었다며 웃는다. 특히 크리켓에 비해 인기도 없고, 야구 인구도 많지 않은 호주에게 졌을 때 주변의 호주친구들이 놀려 너무 화가 났었다고.

"일에 쫓겨 이번 올림픽에는 호주와의 여자하키 경기와 남아공화국과의 야구밖에 못봤습니다. 야구 준결승전도 보고 싶지만 표는 이미 매진됐고 자리에 따라 10-19호주달러(한화 약 6천-1만1천400원)인 입장권이 300호주달러(한화 약18만원)까지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때부터 프로야구를 좋아해 대전을 연고지로 하고 있던 OB베어즈의 팬으로 아직도 당시 포수인 조범현(현 삼성 코치)의 사인 글러브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야구팬인 이씨는 한국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소개받은 동갑내기 정미순(31)씨와 결혼한지 4개월째. "오늘 경기도 30호주달러를 주고 입장했으니 준결승전도 값싸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웃는다.

정지화 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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