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장세 햇빛은 언제....

입력 2000-09-25 14:13:00

"주식시장 '대폭락'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증시가 대폭락 후 소폭 반등한 뒤 다시 폭락하는 '추락장세'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주 주식시장을 보면 종합주가지수 경우 18일 50포인트 이상 대폭락 한 후 소폭 반등하다 22일 다시 4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 증시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패배감을 안겨주며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가정도, 직장도, 돈도 삼켜버린 주식시장에는 언제쯤 햇살이 비칠까.

▲증권사와 증시전문가의 '반등론' 빗나갔다

주가가 대폭락한 다음날인 19일 LG증권은 주가가 과거 폭락 이후 주가흐름을 볼 때 추가하락하기보다 횡보 또는 반등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과거 폭락세 이후 종합주가지수 움직임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과거 폭락장세가 나타난 뒤 20일 이격도가 85 이하에서는 폭락일 이후 기술적인 반등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최근에 20일 이격도는 83.30으로 추가하락보다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 증권사의 전망을 '무색'하게 하면서 추락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반등은커녕 횡보도 하지 못한 채 연중 최저치를 잇따라 경신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42.74포인트 떨어진 553.25포인트로 지난해 3월5일 이후 최저수준.

코스닥 시장에서도 증시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지난 19일 증시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가 80선 밑으로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낙폭이 컸던데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란 악재로 다시 한번 급락했고 기술적으로 봐도 코스닥지수 80선이 단번에 무너지기는 힘들 것이란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22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39포인트 하락한 76.46포인트로 마감, 80선이 또 다시 붕괴됐다. 지난해 3월9일 이후 1년6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수 80선은 지난해 4월 코스닥 시장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시작했던 이론적 지지선이다. 개인투자가 김모(34·회사원)씨는 "여기가 '바닥'이라는 증권사와 증권전문가들의 예측이 그동안 많이 빗나가 이젠 믿을 수 없다"며 "바닥을 뚫은 증시가 지하 몇층까지 추락할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 한국 증시 뒤흔드는 외국인들

최근 주식시장 폭락은 고유가 등 악재 탓도 있지만 외국인 매도도 주원인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달 31일 2천973억원의 대규모 매도우위를 기록한데 이어 19일까지 순매도를 지속해 이 기간 총 1조3천61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의 영향으로 주가는 17%나 폭락했다.

20일 반짝 순매수로 돌아서 주가를 끌어올렸던 외국인들은 다시 22일 1천951억여원을 순매도, 주가 폭락의 한 원인이 됐다. 기관과 개인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는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앞으로 한국증시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까. 외국인들의 태도는 정부의 금융권 구조조정 약속 이행 등에 달려 있다는 게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의 분석.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대부분 증시전문가들도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 저지선없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지표들을 보면서 통상 적용하는 기술적 잣대를 새로 만들 자신이 없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지수 지지선을 추가로 설정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 낙폭 과대를 제외하면 호재는 없는 상태에서 고유가, 반도체값 하락, 외국인 매도세 등에 이어 중동의 긴장고조와 같은 악재는 줄을 이어 증시가 반등할 만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현재의 악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부에 외국인들의 마음이 달려있고, 증시의 향방이 달려있다는 게 증시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 추가하락의 가능성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위험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유망종목에 대한 탐색과정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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