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의 세월 감격의 눈물로 풀어

입력 2000-09-23 16:20:00

재일 총련(總聯) 동포 1차 고향방문단 경북지역 방문자들은 23일 고향을 찾아 부인과 가족, 친지 등을 만나 수십여년간 쌓인 회포를 풀었다.

남북한간 대립으로 혈육의 만남마저 외면당한 채 회한의 세월을 보내왔던 재일 총련 동포와 남한 가족들. 이들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감격어린 해후의 시간을 가졌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본에 돈을 벌러갔다 발이 묶인 안승모(81)씨는 64년만에 부인 권을연(83.영주시 안정면 여락1리)씨를 만나 눈시울을 적셨다. 안씨는 "일가친지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그간 고향을 찾지 못한 딱한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

19세 나이로 결혼 2개월만에 남편과 헤어진 권씨는 팔순의 나이에 남편과 상봉, "죽기전 남편 얼굴이라도 보게 돼 다행"이라며 회한을 토로.

○…22일 서울에서 67년만에 오빠 박정규(80.고치(高知)현 상공회 고문)씨를 만난 복자(70.청송군 진보면 각산리)씨는"4살배기 젖먹이때 일본으로 떠났다던 오빠를 백발의 나이에 만나게 됐다"며 감격.이들 오누이들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14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떠나 탄광 등지를 전전하며 돈을 벌기위해 막노동 등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살아온 이야기로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박씨는 23일 청송에서 외조카 등 친지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청송읍 덕리 어머니 산소를 찾아 잔을 올리며 회한에 잠기는 모습.

○…43년만에 고향을 찾은 리대균(80)씨는 딸 내외 안내로 23일 김천시 부항면 사등2리 조카 이현동(52)씨 집에서 고향 친인척들이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가. 그러나 리씨 부인 이계남(78)씨는 지난 달부터 하반신 마비증세로 마중을 하지 못하고 대구시 남산동에서 남편의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리씨는 23일 부모산소에 성묘한 뒤 딸과 여동생집에 하루씩 머물며 가족들과 못다한 회포를 풀 예정.

○…칠곡이 고향인 배도원(75.일본 가나가와현 상공회 고문)씨는 아들 태봉(56)씨와 사촌동생 상진(70.칠곡군 약목면 동안리)씨를 만나 상봉의 기쁨을 나눴으며 박칠민씨도 23일 고향 예천군 호명면 산합리에서 친척들이 마련한 환영잔치에 참석했다.사회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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