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시누이가 더 밉다

입력 2000-09-23 14:27:00

우리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를 둘러싼 고부간 또는 시누이와 올케간의 미묘한 세여성들의 심리를 가장 리얼하게 표현한, 뒷맛이 많은 속담이 아닐까 싶다. 검찰수사에 끼여든 여당이 그 시누이 꼴이다. 지금 국정난맥의 핫이슈인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은 박지원 전 장관의 사퇴와 이운영 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의 검찰 출두로 검찰이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그 진상을 밝히겠다는 각오 아래 수사중이다. 그렇다면 외부에선 일절 잡음을 일으키지 말고 그결과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 설사 특검제가 대세론이라해도 현실적으로 검찰수사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더더욱 '잡음'은 금물이다. 그런데 또 정치권에서 거들고 나서 여야정쟁(政爭)으로 흐르고 있다. 정쟁의 초점은 한나라당 엄호성의원이 이운영씨의 배후조정자로 민주당에서 낙인을 찍고 나서면서 '그렇다. 아니다'의 여.야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불법대출의 핵심은 정치권의 '외압여부'가 그 초점이다. 거기에 혐의를 받고 있는 중심인물은 박지원 전 장관이다. 그게 사실인지 여부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져 있고 검찰도 그걸 의식,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며 부산하다. 이런판국에 이운영씨의 배후조정설은 하등 수사에 도움이 안될뿐 아니라 설사 그게 의혹이라면 그것도 검찰이 밝혀내면 될이다. 그런 사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수사의 핵심과 거리가 먼 주제로 난타전을 벌인다는건 오히려 수사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의도로 비춰질수도 있다. 특히 여당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대출사건의 진원지도 여당쪽이고 혐의자도 실세 장관에다 최고 간부까지 있다. 또 민심이 흉흉해지자 특검제의 해법까지 들고 나온 것도 여당이다. 그런데 막상 검찰수사가 시작된 마당에 이런 정쟁을 일으킨 그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 헷갈린다. 이 문제가 정쟁으로 희석될 일이며, 서로 덮어 씌운다고 해서 될일인가. 누가 뭐래도 그 해법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 결과로 풀어나가야 한다.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왈가왈부 간여하지 말고 국회에서 산적한 민생현안이나 챙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정치권은 언제 '미운 시누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정말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박창근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