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담장 허물기

입력 2000-09-23 12:40:00

'한쪽에선 허물고, 한쪽에서는 세우고'

대구시가 도심미관을 살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담장허물기운동이 겉돌고 있다.대구시의 역점적 추진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기존 건물의 담장을 허무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신축건물들은 여전히 담장을 짓고 있어 비용의 이중 낭비와 함께 손발이 안맞는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운동 시행 이후 공공건물.주택 등 81개소 5.4km의 담장이 없어졌으며, 앞으로도 서부경찰서 서구청 동구청 등 40여군데가 담장을 허물 예정이다.

이같은 성과에 따라 시는 올 해부터 기존 일반주택이 담장을 허물 경우 가구당 300만원을 지원하고, 신축 주택이 처음부터 담장을 세우지 않으면 50만~100만을 시상금으로 주기로하고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운동은 기존건물의 담장을 허무는 쪽으로만 흘러, 대구시내 한달 평균 460여건 건축 허가 중 담장을 세우지 않는 경우는 이제까지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북구 검단동에 건립중인 축산물도매시장은 높이 1.5m 길이 400m의 담장을 칠 계획으로 있어, 시의 개방형 공공건물 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달서구 이곡동 성지중학교를 비롯 신축중인 6개 초중고 가운데 5개가 담장을 치고 있으며, 나머지 1개도 부분적으로 담장을 세울 계획이란 것이다.

신축 학교의 담장 세우기는 지금까지 화원초교가 담장을 허문 데 이어 동인.수성.성북 초교가 담장을 없애기로 하고 시교육청이 점차 기존 학교의 담장을 없앤다는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예산낭비란 지적이 높다.

성지중학교 주변 주민들은 "조경시설로도 외부와 차단효과를 낼 수 있고 미관을 위해서라도 답답한 담장을 꼭 쌓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존 담장도 철거하는 마당에 특히 공공시설들이 공연히 담장을 지었다가 나중에 다시 없애는 이중 낭비를 지금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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