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눈앞에는 벌써 푸르름이 펼쳐진다.나는 산을 오르며 곧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 있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오리다"
신의 창조물 가운데서 산은 아마 으뜸가는 작품일 것이다. 세상에서 산처럼 높고 큰 것은 없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 우뚝 솟은 고산준령은 우리에게 경건과 엄숙과 겸손의 위대한 덕(德)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높은 봉우리가 큰 맥을 이루며 줄기줄기 병풍처럼 뻗쳐나간 절경은 자연의 장엄무비(莊嚴無比)한 미와 힘의 파노라마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시성(詩聖) 괴테도 얼마나 깊은 감동을 맡았으면 알프스의 설산(雪山)자락 앞에서 모자를 벗고 "알프스여 안녕하셨습니까"하고 정중히 절까지 올렸겠는가.
산은 오를 때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비 갠 뒤의 맑고 싱싱한 자태, 온통 구름으로 뒤덮인 신비로움, 유수한 계곡, 기암 절벽, 맑은 샘물, 울창한 숲, 그리고 철 따라 피어나는 갖가지 꽃, 온갖 새와 뭇짐승이 태어나고 죽는 곳. 산은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소멸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주는 어머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겸허한 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순리를 거스릴 때는 가차없이 거부의 몸짓으로 준엄한 재앙을 내리기도 하는 산이다. 우리에게 산이 없다면 온통 검은 뉴스 투성이인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가 없을까. 산은 언제나 우리를 부른다.
아름다운 산의 품에 안겨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팔공산의 꿈틀거리는 등줄기에서, 가야산의 웅장한 머리 위에서, 매화산의 신비로운 바위 앞에서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나는 산의 청정한 입김으로 세속의 때를 헹구고, 산의 향기로운 체취로 단장을 한다. 이제 심신은 탄탄하게 강화되고, 영혼의 혼란스러움은 가지런히 정화된다. 그리고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산의 침묵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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