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두 종류의 '공쿠르상'이 존재한다. 우리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권위와 명성의 공쿠르상과 프랑스 고교생들이 직접 수상작을 고르는 '고등학생이 뽑은 공쿠르상'이다.
고교생을 대상으로한 광범위한 설문조사와 토론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는 '고등학생이 뽑은 공쿠르상'은 떠들썩한 심사과정과 선정의 의외성 등으로 인해 공쿠르상 못지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1998년 이 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유럽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한 뤽 랑(44)의 소설 '고문하는 요리사'(원제 '천육백 개의 배')가 문학동네에서 번역돼 나왔다.
이 소설은 90년 영국 맨체스터 스트레인즈웨이즈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사건을 소재로 쓰여진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는 교도소 폭동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사건 전개에는 관심이 없다. 헨리 블레인이라는 교도소 주방장을 등장시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점에서 인간 욕망을 다중적 만화경을 펼쳐 보인다.
여기에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문체가 가세하면서 기묘한 블랙 유머를 빚어낸다. 폭동으로 죄수들에게 점거된 스트레인즈웨이즈 교도소. 폭동으로 출근하지 못한 교도소 주방장 헨리 블레인은 교도소 바로 앞에 있는 자기 집 정원과 다락방을 보도진과 구경꾼들에게 돈을 받고 개방한다.
열광적인 셰익스피어 팬이자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그는 여자를 심하게 탐하긴 하지만 일견 평범한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의 끔찍한 행각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썩은 음식에 향신료를 첨가해 죄수들에게 주고, 심지어 자투리 고기에 산화마그네슘을 섞기도 했다. 1천600명 죄수들의 배(腹)는 그의 기분에 좌우되는 실험용 도구에 불과했다.
더 끔찍한 것은 그가 엽기적인 살인마라는 사실이다. 그의 정원에는 두 명의 전처와 한 명의 정부 등 모두 네 사람의 시체가 묻혀 있었다. 폭동 보도가 인연이 되어 만난 신문기자의 연인 역시 엽기적인 관능의 대가로 살해됐다.
일주일 간의 폭동과 그 주변에 모여든 인물들의 여러 가지 반응을 통해 작가는 평소 감춰진 인간성과 사회의 단면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회의 부패와 끝모를 인간 욕망을 뒤섞어 보여주는 인간 만화경과도 같다.
작가는 공포스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이 드라마틱한 소설에서 독설과 분노를 마음껏 분출시킨다.
주인공 헨리의 예측할 수 없는 인간성은 소설읽기의 맛을 더하는 한편 이 소설이 프랑스 고교생들로부터 어떻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는지 짐작케 한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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